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오는 20일 다시 한 번 역사 교과서를 펼친다. 이번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집이다. 미국에 건너가 정준하의 롤러코스터 벌칙만 수행하고 온 게 아니었던 것. ‘무한도전’은 또 다시 재밌으면서도 뭉클한 TV 역사 특강을 시작하려고 한다.
‘무한도전’은 흥미를 선사하면서도 공익성 추구를 잊지 않은 방송이다. 2010년 12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한국 홍보 영상을 제작해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내걸며 우리나라를 홍보했던 이들은 우리 역사 바로 알기 특집을 간간히 내보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반성의 시간을 안겼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고 심지어 계몽적이어서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는 역사 교육을 ‘무한도전’은 흥미로우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만들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게 했다.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밥 먹듯이 아무렇지 않게 알고 있어야 할 일들로 만들었기 때문.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을 버리고 담담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녹였다. 특히 큰 인기만큼이나 이들이 되돌아보는 우리 역사 교육은 파급력이 남달랐다. ‘무한도전’ 방송 이후 사회적인 환기가 된 것은 당연했다.
아이돌만 모르니? 모두가 뜨끔했던 역사 특강
2013년 5월 11일과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역사 특강 특집을 방송했다. 역사 강사들이 멤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며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또한 예능적으로 재미를 가미해 멤버들이 아이돌 스타들을 대상으로 특강 대결을 벌이기도 했지만, 유재석이 독립운동가 4인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은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특강을 마친 멤버들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고, 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역사에 잘 알지 못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는 시간이자 역사 지식을 채우는 의미 있는 특집이었다.
눈물 범벅, 그리고 치솟는 분노와 부끄러움
지난 해 8월 말과 9월 초에 방송된 ‘배달의 무도’ 특집은 반전의 여운이 있었다. 세계 곳곳에 있는 한국인들을 위한 한식 배달로 알고 있었던 이 특집은 사실 광복절즈음에 방송돼 안방극장을 눈물 짓게 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의 아픔을 알 수 있었던 하시마섬의 진실, 그리고 강제 징용자들이 모여 살면서 핍박을 견뎌온 우토로 마을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었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밥을 선물하며 들은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이 딱 적당할 정도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일본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고 홍보를 하는 하시마섬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울분이 담긴 지옥의 섬이었고 그 실상을 알리는 공양탑은 방치돼 있었다.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에 대한 질타, 무관심했던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는 당연한 숙제가 남은 방송이었다.
도산 특집, 이번에도 우리는 또 한 수 배울까
‘무한도전’은 올해 역시 광복절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도산의 가족을 만나고 그가 생전 걸어온 발걸음, 숭고한 독립운동정신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 미국 특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잭 블랙과의 재회가 예상됐지만 일정 조율상 물건너갔고 ‘무한도전’이 미국까지 가서 무엇을 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예정돼 있었던 롤러코스터 탑승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웃음을 누군가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특집이 된 가운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의미 있는 촬영기가 공개된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을 방문한 ‘무한도전’이 도산이 생전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도산이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