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회의 결방 소식만으로 이처럼 엄청난 반발을 일으킨 드라마는 매우 드물다. MBC 수목드라마 ‘W’가 그랬다. 한 번 시작하면 도무지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처럼 쫀쫀한 긴장감과 흡인력 때문일 터다.
MBC 측은 17일 OSEN에 ‘W’가 이날 정상적으로 오후 10시 전파를 탄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주 방송은 2016 리우올림픽 중계와 시간대가 맞물리며 8화가 결방됐다. 극 중 전개는 물론이고 방송 여부마저 앞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탓에 시청자들은 정상 편성을 쌍수들고 환영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W’ 현장 사진에는 강철(이종석 분)과 오연주(한효주 분)의 재회 장면이 담겼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곳은 첫 도킹 장소였던 호텔 옥상. 사진 속 강철과 오연주는 서로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 8화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7화에서 끊어졌던 맥락은 8화부터 비로소 연결될 전망이다. 의문의 복면남이 강철에게 연락을 취해 왔고, 그의 가족을 몰살했던 것처럼 오연주도 죽이겠다고 예고한 바다. 그렇다면 앞으로 ‘W’가 풀어야 할 맥락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첫 번째 맥락 : 복면남은 대체 누구인가
얼굴도 목소리도 알려지지 않은 탓에 복면남의 정체에 대한 추측은 분분하고, 상상력의 한계는 끝이 없다. 강철을 만든 오성무일 수도, 숫제 제3의 인물일 수도 있다. 혹은 강철이나 오연주의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웹툰 상 복면남의 설정값은 ‘강철의 가족을 몰살한 살인범’이다. 이는 곧 강철에게 가족이 없을 경우 복면남의 존재는 의미를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으로서의 포지션을 잃은 윤소희(정유진 분)이 점점 존재를 상실해 갔던 것처럼.
강철은 현실 세계로 건너오자마자 오성무를 찾아가 복면남의 정체를 추궁했다. 이때 오성무는 복면남이 없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어딘가 석연찮았다. 강철과 오연주가 웹툰 속에서 부부가 되자마자 복면남은 목소리로서 나타났고, 강철에게 자신을 찾아 달라는 듯이 말했다. 어쩌면 강철과 복면남은 서로의 존재 의의를 먹고 살아가는 상호보완적 관계는 아닐까. 강철과 복면남의 유사한 설정값은 이 드라마와 웹툰 제목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double you’, 강철과 복면남이 동일 인물이었다는 숨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2. 두 번째 맥락 : 두 개의 세계는 섞이고 있는가
극 초반, 강철의 심경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웹툰 속 세계 한 켠에 떠오른 ‘계속’이라는 글자는 오연주의 눈에만 보였다. 당시는 오연주가 그 곳의 유일한 현실 세계 사람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조물주의 딸인 오연주는 이 이야기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는 예언자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연주가 알고 있던 웹툰 속 세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오성무조차 웹툰을 컨트롤할 수 없게 돼 버렸다. 현실 세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할 때처럼, 오연주는 만화 속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7화 말미 복면남이 목소리로 강철 앞에 등장했던 순간도 두 세계가 혼합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웹툰 속 세상에서는 오연주만이 볼 수 있던 글씨가 강철에게도 보였다. 강철은 눈 앞에 글자로 떠오르는 복면남의 목소리에 총을 겨눴다. 이는 두 개의 세계가 섞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3. 세 번째 맥락 : 오연주가 그리는 미래는 무슨 색일까
‘W’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8화 예고를 보자. 손에서 피가 나는 오연주의 모습을 본 강철은 오연주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적혀 있다.
애초 현실 세계의 사람이었던 오연주는 웹툰이라는 다른 차원으로 건너왔을 때 신체적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일례로 강철이 오연주의 심장에 총을 쐈을 때 그는 죽기는 커녕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오연주도 웹툰 속에서 피를 흘리게 됐다. 두 번째 맥락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는 두 개의 세계가 섞이고 있다는 방증이며, 또 오연주가 자신을 노리는 복면남의 총구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강철은 이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연주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8화의 부제는 ‘오연주씨. 지금 나는 잊어요’다. 스스로의 의지로 한강물에 몸을 던졌던 강철을 오연주가 그림으로서 살려냈듯, 오연주의 그림은 미래를 바꿀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연주가 그릴 미래는 과연 어떤 빛깔일까. 강철과 오연주, 둘 중 한 사람의 행복한 기억이 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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