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하균과 박희순 그리고 오만석이 유쾌하게 돌아왔다. 40살을 앞둔 위기의 중년을 연기하며 뜨거운 여름을 한 방에 날려버릴 웃음을 장전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올레’는 명퇴를 앞둔 대기업 과정 중필(신하균 분)과 13년 동안 고시 공부를 한 수탁(박희순 분) 그리고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지만 말 못 할 사정을 가진 은동(오만석 분)이 대학교 선배의 상갓집에 가기 위해 제주도로 떠나서 겪는 일탈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중필과 수탁과 은동은 모두 대학교 동기로 40살을 코앞에 둔 39살의 평범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게 된다. 셋이 제주도로 떠나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드디어 셋이 제주도로 떠나기 위해 처음으로 만나는 공항 신에서부터 유쾌한 ‘케미’가 폭발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웃긴 캐릭터는 박희순이 연기하는 수탁이다. 평소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만 맡았던 박희순은 ‘올레’에서 철저하게 망가진다. 수탁은 나름대로 성공한 친구들 사이에서 13년 동안 고시공부를 하느라 이룬 것도 미래도 희망도 없다. 고시마저 폐지되며 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수탁은 등장하는 내내 거짓말과 여자 타령 그리고 걸쭉한 욕으로 관객을 웃긴다. 특히 진지하게 독백을 하며 온갖 아름다운 대사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폭발하는 코믹함은 웃음을 너머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을 잡으며 줄거리를 이어가는 중필도 수탁과 맞붙는 장면에서는 정말 친구 같은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탁과 항상 티격태격하면서 고상한 척하지만, 결국엔 똑같은 수준을 드러낸다. 특히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나래(유다인 분)과 로맨스에서 숙맥인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신하균은 시사회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변태 같은 키스신이나 코믹 연기 모두 대본에 쓰인 대로 연기했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만석이 연기하는 은동은 아나운서답게 셋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정상적이다. 늘 폭발 직전의 중필과 수탁을 중재하고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 그러면서 말 못한 사연을 가지고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올레'는 중년 남성 세명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경쾌하게 영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소 불편하고 거슬리는 대사들이 있다. 영화라고 마냥 웃어 넘기기에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그렇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대사들이다.
‘올레’는 세 배우의 엄청난 코믹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순간 제주도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한다. 적어도 100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다. /pps2014@osen.co.kr
[사진] '올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