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관심법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면, 송재정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매주 마지막 회 같은 반전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동안 멘탈 붕괴에 빠뜨린다.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방송된 ‘W’ 8회에서는 강철(이종석 분)이 오연주(한효주 분)를 살리고 자신의 웹툰 세계 속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바로 연주에게 현실 세계로 돌아가 자신이 눈을 뜨면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으로 그려달라는 것. 대신 강철과 연주의 로맨스는 그렇게 끝이 난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유력하게 꼽았던 예상 전개에는 이런 내용은 없었다. ‘W’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다. 웹툰과 현실 세계를 오간다는 신선한 소재를 사용해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지 않는 전개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상상력은 작가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상상력도 동시에 자극한다. 이런 류의 작품들은 예측하고 또 맞추는 재미를 수반한다. 끝이 뻔한 드라마는 모두가 예상하는 결론을 보기 위해 시청하고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라는 재미를 얻는다면,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는 그래서 더욱 상상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
요즘에는 ‘W’가 그렇다. 일전에 빠르게 지나간 극중 신문기사 속 강철과 연주의 결혼을 매의 눈으로 포착해 이어질 내용을 예상했던 시청자들도 있었다.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며 저마다의 추측에 힘을 싣는다. 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드라마를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2차원적인 재미가 생성되는 것이다.
지난 7회에서는 강철의 가족을 몰살했던 진범이 새로운 표적으로 연주를 설정했던 바.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진범의 설정값이 강철의 가족을 죽이고 그의 의지를 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또한 윤소희(정유진 분)의 몸이 사라지는 것으로 봐, 존재 이유가 없다면 소멸된다는 것 역시 말이다.
여기서 송재정 작가는 예상할 수 없었던 길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비밀의 열쇠를 풀자마자 다시 원점으로 돌려버린 것. 1회 결방으로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켰던 강철의 해결방법은 ‘꿈’이었다.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강철과 모든 기억을 품고 살아갈 연주라는 반전의 전개는 앞으로의 내용도 감히 예상할 수 없게 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