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더듬는 캐릭터로는 독보적이다. 이처럼 순둥한 말투와 분위기부터 억울해질수록 빵빵 터지는 리액션이 이어진다. 개그맨 김현철을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이미지다.
그런데 연예계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무수한 소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김현철이 서울예전 연극동아리 회장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무서운 선배였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인 동기인 황정민의 선배로 등장하는 전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루머도 있다. 어느덧 소문이 와전돼 사실처럼 믿어지는 상황에서 사실을 바로 잡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김현철에게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물었다.
김현철에게 무성한 소문을 살짝 들려주자 “황정민과 저는 동기인데 어떻게 제가 그럴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되레 황정민, 정재영, 류승룡, 안재욱, 이휘재 등 쟁쟁한 연예계 스타들과 같은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그들과 함께 ‘서울예전 사단’으로 언급되는 것에 고마워하며 그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다음은 김현철과 나눈 일문일답.
▲서울예전 역대 연극동아리 회장 중 가장 무서웠다는 소문의 진실은 뭔가.
-제가 무서운 선배로 등장하는 소문이 있던데, 황정민과 동기인데 어떻게 그러겠냐.(웃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있었던 연극동아리는 학교 내에서 유명한 써클이었다. 4대 써클이라고 불렸는데, 제가 회장을 맡게 됐다. 요새는 잘 없는데 우리 때는 마당극이라고 해서 사회 부조리나 우리나라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극을 했다.
▲그 시절 라인업이 쟁쟁하다.
-제가 회장을 맡을 때 좀 쟁쟁했다. 4대 써클 중에서 다른 써클에는 안재욱이 회장, 이쪽 써클에는 류승룡이 회장하고 쟁쟁했다. 제가 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겨울방학 때 황정민이 와서 이번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역사와 전통의 관례에 의해 동아리 회장이 주인공 겸 연출을 하게 된다. 2년제이다 보니까 그해 겨울방학에는 2학년 선배들이 없었다. 1학년생들이 핵심이 되고 후배들을 맞이하는 게 전통이라 1학년 회장이 동아리를 이끌었다. 그때 서브역할이 황정민이었고 대치되는 역할을 정재영이 한 거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호화배우다. 그 연극을 보고 이휘재가 감동받아서 들어왔다고도 하더라. 제 다음 회장이 신하균, 위에 선배가 장진 감독이다. 선후배 동기들이 같이 유명해져서 저까지 껴서 높게 생각해주신 것 같다. 소문들은 조금 와전된 얘기들이 있다.
▲학창시절에 이처럼 연극을 전공했는데 개그맨이 되고 클래식 음악을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연극 나온 사람은 공연에 대한 맛이 있다. 30년 전부터 아이들이 대중가요 부를 때 저는 이탈리아 가곡을 불렀다. 그걸 보고 친구들이 웃기다고 해서 진짜 웃기는 애가 된 거다. 오랜 시간을 두고 클래식 음악을 했는데 최근에 알려진 거다. 어떤 분은 제가 지휘자 흉내를 낸다고 하시는데 진짜로 좋아했던 취미다. 듣다 보다한 게 일련의 과정을 흘러와서 지휘 활동을 하게 됐다.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 서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 세 번째 정도에 서서 더욱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다. 제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줄 수 있어서 좋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