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퍼포머’
지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개그맨 김현철이 스스로를 설명한 말이다. 지휘자들과 함께 묶어서 자신을 설명하기엔 한참 모자라다며 스스로를 낮춘 겸손의 표현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중가요가 아닌 가곡을 부르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았다던 그. 연극을 전공하고 개그맨의 삶을 살다 지휘에도 도전했다.
현재 김현철은 지난 2014년 9월 창단한 유쾌한 오케스트라의 단장으로서 음악감독, 지휘퍼포먼스를 도맡아하고 있다. ‘김현철의 유쾌한 클래식’이라는 공연을 통해 해남, 영광, 의정부에 이어 서울까지 전국을 순회 중. 클래식을 조금 더 쉽고 유쾌하게 전달하겠다는 모토다. 동시에 이숙영의 파워FM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음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은평 인터네셔널 유스 오케스트라 명예지휘자, 롯데백화점 샤롯아마추어오케스트라 단장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김현철과 나눈 일문일답.
▲지휘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데 방송에서 전향한 것인가.
지휘에 올인은 아니고 병행이다.(웃음) 저에 대한 편견일 수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제가 지휘봉만 잡아도 웃음이 터졌다. 개그맨이었기 때문에 어떤 동작도 희화화 돼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프로들이랑 작업 할 때는 저도 최대한 이쪽에 느낌을 맞춰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웃기는 예능에서 멀어졌다. 아무래도 제가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것에 민감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가 조심하려고 또 겸손하려고 한다.
▲‘지휘 퍼포머’라고 스스로 칭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휘자라는 말 함부로 쓰기엔 민망하다. 저는 아시다시피 음악교육도 안 받았고 클래식이 좋아서 시작한 케이스다. 저의 위치를 어떻게 표현해줄까 만든 게 ‘지휘 퍼포머’다. 그렇게 불린다면 클래식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저에 대한 오해도 없고 저의 공연에 대한 취지도 잘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휘와 방송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고민은 없나.
최근에 느끼고 있다. 한 가지 딜레마가 있는 게 악보를 못 보는 거다. 지금 서른 곡 정도를 외우고 있는데, 모든 곡을 외울 수도 없지 않은가. 어떤 분들은 그런 얘기도 한다. 이 기회에 유학도 가고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반면 악보는 못 보지만 연주자들과 소통해서 연주할 수 있고, 순수하게 좋아서 했던 것이 저만의 장점이라고 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물론 악보를 못보고 외워서 하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저도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더라. 어떤 것이 맞는지도 한 번 많은 분들에게 의견을 여쭤보고 싶다.
▲지휘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나.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4년째 써온 노트가 있다. 작가의 도움 없이 일주일에 한곡씩 준비하다보니 벌써 200여 곡 된다. 제 나름대로 곡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다. 연필로 쓰는 이유는 저도 틀릴 수가 있어서 다시 지우고 쓰기 위함이다. 그래서 외우고 또 외운다. 이렇게 공부한 것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한다. 방송활동을 할 때와 또 다른 느낌인데, 제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에 감동받고 좋아해 주시는 반응을 볼 때면 보람이 있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정말 마지막 꿈은 클래식 음악을 활용한 클래식 개그를 하고 싶다. 지금은 하면 안 된다. 제가 클래식 활동을 하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다. 쉽게 말해서 제가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됐을 때 클래식 코미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에서는 되돌이표라고 하는데, 저의 순수함이 있었던 개그맨의 영역으로 돌아가 클래식 코미디를 하는 게 마지막 꿈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싶다. 미취학 아이들의 출입이 어려운 공연이 많더라. 사실 이 시기에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계획 중에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