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완 작가는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신인 작가다. 그래서 처음 '원티드'가 제작된다고 알려졌을 때만해도 장르물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하나 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뚝심있게 걸었고, 이는 곧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 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짜여진 극 전개, 갑을 향한 을들의 처절한 외침 등 '원티드'의 애청자들은 한 작가가 보여준 필력에 연신 감탄하며 호평을 보냈고, 앞으로 그가 쓰는 작품이라면 믿고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 놓고 있는 '원티드'. 결말에 대해 어떤 예상도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작가가 준비한 마지막은 어떤 그림일까.
- 신인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치밀함이 인상적이었는데, 모든 인물들이 범인으로 의심 받을 정도였습니다.
"범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모든 사람이 의심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요. 아마도 범인조차도 완전한 악역이 아니고, 범인을 쫓는 사람조차도 다들 자기 욕망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지나치게 솔직하며 감정이 건조하게 그려지다 보니 그렇게 됐나봐요. 감독님은 처음 만났을 때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이렇게 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배우 분들께는 이렇게 한 걸음 떨어져서 인물들을 보고 있는 작가는 처음 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아무래도 장르물이다 보니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 그 어느 때보다 컸는데, 예상과는 달리 4회를 남겨놓고 범인을 밝힌 이유가 있나요?
"저도, 감독님도, 배우들도, 이 작품이 범인찾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범인을 잡고 아이를 찾는 걸로만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범인이 누군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범인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나,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가 중요한 드라마였어요. 그럴려면 범인의 사연을 충분히 보여줄 시간이 필요했고, 범인과 사연을 알게 된 다른 인물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떤 선택을 할지도 보여줘야 했어요. 사실은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구상 초기에는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대결 구도로 가는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 집필을 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다 어려웠어요.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범인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송과 범인을 추적하는 수사, 양쪽을 다 진행시켜야 하니까 두 편을 한꺼번에 쓰는 것처럼 어려웠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게 제일 아쉬웠죠. 한번만 고쳐도 훨씬 좋아지는 걸 아는데... 저는 계속 확신없이 이게 맞나 의심하는 편이라서 대본을 내보낼 때마다 괴로웠어요. 무엇보다 배우 분들과 현장에도 시간이 많이 부족한 걸 아니까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고요."
-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때는요?
"방송을 볼 때였죠. 처음으로 제 글이 진짜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걸 봤으니 그 쾌감이 굉장히 컸어요. 배우나 스태프 분들께 대본 재밌다는 말을 듣거나, 감독님께 마음에 든다는 말을 들을 때, 그리고 제가 꼭 표현하고 싶었던 아주 작은 디테일을 시청자 분들이 알아봐 주셨을 때. 구체적으로는 ''원티드'를 보다 보니 가십 기사를 읽고 그에 관한 댓글을 쓰다가 이러지 말고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가만히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는 글을 봤을 때요."
-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비판적으로 보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사회에 잘못된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요. 아주 거대한 악이나 소위 말하는 ‘갑’은 바뀌지 않겠죠. 그런데 이런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거나 내가 당사자가 될 때, 혹은 그걸 다루거나 바라볼 때 우리는 어떤 자세여야 할까,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장르에 도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스릴러 장르는 독자와 관객으로서나 작가로서나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어서 꾸준히 쓰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쓰느냐가 제게는 훨씬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 이야기에 맞는 장르라면 뭐든 도전하고 싶어지겠죠."
- 애청해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게 제일 두려운 존재였고, 제일 만나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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