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의 이종석에게 ‘근자감’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완벽하고 잘난 인물의 당당함은 질투를 일으킬 수는 있을 지언정 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기억을 잃은 후 ‘주인공병’이라고 불릴 만큼 뻔뻔한 모습을 다시 보여줄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W’에서 강철(이종석 분)은 오연주(한효주 분)가 자신과 결혼하면서 웹툰 속 세계를 살면서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총을 맞아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오연주가 파를 썰다 칼에 베어 피를 흘리자, 강철은 그를 현실 세계로 돌려 보내려 했다.
강철이 운명에 순응하는 방식은 희생이었다. 강철은 오연주와 처음 만났던 호텔 옥상으로 올라가 “지금 나는 잊어요”라는 작별의 인사를 건넨 후 건물 아래로 몸을 던졌다. 강철이 오연주에게 남긴 마지막 소원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가 오연주를 인생의 키라고 생각하기 이전, 즉 오연주가 웹툰의 주인공이 되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기 위해 행복했던 모든 기억을 꿈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 마음이 약해질까봐 마지막 포옹조차 하지 못했던 모습이 못내 짠했다.
그의 자살로 현실 세계에 돌아오게 된 오연주는 웹툰에 이 모두가 강철의 꿈에 불과했다는 장면을 넣었다. 강철은 눈물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났지만, 오연주의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9화 예고편에서는 아직 자신이 웹툰 속 주인공임을 자각하지 못했을 적 강철의 능글능글한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간 어마어마한 충격과 상처 때문에 얼굴에 근심이 가실 날 없던 강철이 다시 주인공병을 앓던(?) 시절로 돌아갔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는 물론이고 갑자기 남의 차를 막아 세우더니 보닛에 걸터 앉아 눈을 찡긋하는 능구렁이 같은 표정도 반가웠다. 모든 것을 자신의 위주로 생각하고 못 할 일 따위는 없었던 강철이 애틋하기까지 했다.
예고에서는 오성무(김의성 분)의 목소리도 들렸다. 강철이 납득할 수 있는 진범을 만들어 다시 맥락 있는 엔딩을 내자는 것이었다. 과연 강철은 오성무의 엔딩에 합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