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국한 지 10주년을 맞이한 tvN이 다수의 명품 드라마를 탄생시키며 지상파를 위협하는 이른바 '포스트 드라마 왕국'으로 칭송받고 있다. 물론 맞는 얘기다. 올해 들어 '시그널', '또 오해영', '굿 와이프' 등 명작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합치면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힘들다.
많은 시청자들이 인정하는 대로 tvN에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들이 첫 방송을 했고 인기리에 종영했지만 사실 따져보면 허전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첫 시도는 좋았으나 갈수록 갈 길을 잃은 드라마들도 많았고, 식상한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포장해 과거를 답습한 게으르고 재미없는 작품들도 많았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울지 않는 새'가 그렇다. 이 드라마는 100억보험 살인사건으로 인생의 롤모델이던 엄마가 살해되고,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 된 여자가 악녀를 향해 펼쳐지는 복수를 그렸다. 사기나 살인사건 등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연출하긴 했지만 자극적인 장면과 대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 겉으로는 잉꼬부부지만 알고 보면 쇼윈도 부부인 남녀의 비밀스런 사생활과 이를 둘러싼 파란만장 가족사를 그린 드라마 '우아한 녀'(2013)나 의붓동생의 죄를 뒤집어 쓰면서 연인을 빼앗기고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자의 복수극 '노란복수초'(2012)도 마찬가지다.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흥미마저도 잃은 듯 했다.
사실 자세히 살펴 보면 tvN에 형사물, 로코 등 다수의 장르 드라마가 있었던 반면 부패한 사회를 고발하는 드라마나 국민 드라마라 불릴 만한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고만고만한 장르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으며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tvN의 드라마 역사를 무조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지상파를 위협할 만한 킬러 콘텐츠를 내놓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케이블이 해외 유명 작품의 리메이크와 성공작의 반복에서 해답을 찾는 동안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글로벌 콘텐츠 리더임을 자평하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tvN이 지상파와 각축전을 벌이는 오늘날 이 시점에 좀 더 발전적으로 나가야함은 분명할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tvN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