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꿈이었다는 설정은 국민 드라마로 여겨졌던 ‘파리의 연인’ 마지막 회 이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MBC 수목드라마 ‘W’가 다행히 남은 이야기가 아주 많은 전환점에 모든 게 꿈이었다는 슬픈 장치를 꺼내들었다.
‘W’는 지난 17일 방송된 8회에서 만화 속 남자 강철(이종석 분)이 오성무 작가(김의성 분)가 처음에 설정해놓은 캐릭터와 구조대로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자신의 가족을 죽여야 하는 임무를 띤 ‘진범’은 계속 따라다닐 테고, 가족이 된 오연주(한효주 분)는 더 이상 현실 속 인물이 아니라 만화 주인공이 되면서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강철이 택한 위기 해결법은 자신이 자살하면서 충격에 연주가 다시 현실로 돌아간 후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모든 갈등과 혼란이 모두 꿈이었다고 마무리하는 것. 강철을 사랑하고 자신이 만화에 들어오면서 강철과 지인들이 모두 위기에 놓인 것을 본 연주는 강철의 바람대로 모두 꿈이었다는 설정을 그렸다. 그리고 8회 말미에는 모든 기억을 잃고 피격 당시로 돌아간 강철의 모습이 담겼다. 9회 예고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강철과 강철을 그리워하는 연주의 엇갈림이 담기며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W’는 판타지 드라마다. 현실과 만화를 오고가며 사랑을 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담는다. 상상하는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처음 오 작가가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 있다. 그래서 강철이 택한 ‘모든 게 꿈이었다’는 설정은 강철과 연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모든 게 꿈이었다는 이 장치는 시청자들이 학을 떼는 설정. 지금까지 드라마를 몰입해서 본 이들에게 꿈이라는 설정은 허무하게 다가오기 때문. 바로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마지막 결말이 이렇게 끝나 최악의 결말을 꼽을 때마다 거론되는 이야기다. ‘태양의 후예’ 결말에 대한 관심이 높을 당시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는 없다고 못을 박아 화제가 됐다.
‘파리의 연인’과 달리 ‘W’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의 변곡점을 위한 장치로 모든 게 꿈이었다는 드라마 시청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허무한 장치를 꺼내들었다. 8회밖에 되지 않아, 그리고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었던 ‘모든 게 꿈이었다’가 ‘W’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했다.
한편 ‘W’는 현재 흥미롭고 뒷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송재정 작가의 탄탄한 이야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편안하고 감각적으로 풀어가는 정대윤 PD의 연출, 이종석과 한효주의 설레는 조합과 안정적인 연기력에 힘입어 순항 중이다. / jmpyo@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