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가 지난 18일 깊은 여운이 남는 결말로 종영됐다. 극 전개상 모든 사건이 해결될 수 없었고,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 잔인한 현실상이 그래도 반영된 것. 하지만 분명 변화는 있었고, 이는 곧 희망을 꿈꾸는 이유가 됐다.
'원티드'는 톱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이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범인이 시키는대로 리얼리티 쇼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로 방송 내내 촘촘하게 짜여진 극 전개와 매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반전, 소름돋는 메시지 등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통해 납치된 아이를 찾고 범인을 잡는 수사극으로만 여겨졌던 '원티드'는 결국 대기업의 횡포 속에 모두가 침묵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건드리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는 과거 실제로 있었던 일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지는 싸움인 것을 알면서도 갑에 맞서 싸우는 을의 일침은 안방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하지만 가해자인 SG캐피털의 함태섭(박호산 분)은 끝까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과거 사건을 외면했다는 정혜인만이 그들에게 눈물로 사과를 했고, PD인 신동욱(엄태웅 분)은 제대로 방송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 아직 그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누구 하나 웃을 수 없는 끝이었지만, 그럼에도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의 횡포와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고, 이는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뚝심을 지켜온 한지완 작가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결말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실 14부까지 쓰고 나서는 시청자 여러분이 원하는 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속시원한 결말이 아닐까 생각해서, 그 버전의 결말을 써둔 것도 있다"며 "그런데 그 결말을 보고 나서 감독님께서 '우리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었어도, 현실을 보는 관점 하나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지 않았냐, 원래 하려던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얘기해 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다시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작가는 "처음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한순간에 크게 바뀌는 건 없다였다. 그런데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나부터' 변하면, '나부터' 책임감과 죄책감을 갖고 뭐가 옳은지 생각하면, 한 사람이 바뀌는 거다. 그럼 그건 세상이 바뀐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결말이었으면 했다"고 결말을 맺기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바톤을 넘긴다는 느낌으로 끝맺음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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