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아중의 안목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아쉽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찬 일색이었다. 완성도 높은 극본과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김아중의 연기력은 그 자체로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에 집필을 맡은 한지완 작가는 김아중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많이 배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아중은 지난 18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극본 한지완, 연출 박용순)에서 납치된 아들 현우(박민수 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톱 여배우 정혜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급하게 편성이 난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 시간이 빠듯하고 엄청난 분량을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아중은 꼼꼼한 대본 분석력과 연기 열정으로 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김아중은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이자 과거 억울하게 죽은 남편과 얽힌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리얼리티 쇼를 진행해야 하는 심적 고통을 가까스로 인내해야 하는 정혜인의 감정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사건 해결을 주도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잊지 않고 큰 그림을 보는 정혜인이라는 인물이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될 수 있었던 건 모두 김아중의 탁월한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아중은 현장에서 절대 대본을 놓지 않고 늘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6회 방송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난 뒤 자신의 죄까지 언급, 피해자들에게 눈물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지완 작가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정혜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유괴당한 아들을 찾는 엄마지만, '엄마'라는 전형적인 이미지나 '모성애'를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가 갖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마다 다른 기질과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작가는 "아역 시절부터 가장 노릇을 하면서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위치를 지켜온 여배우라는 캐릭터가 중요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슬퍼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길 바랐다. 큰 일이 터졌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더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어찌보면 눈 양옆을 가린 경주마처럼그 목표만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며 모성애라는 감정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 작가는 김아중에 대해 "화려하고 여린 느낌과 강단있고 지적인 느낌을 동시에 주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발성이나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가 좋지 않나. 말도 논리정연하게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 쇼를 진행하는 여배우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 이미지가 정혜인이라는 인물과 잘 맞아떨어졌고, '싸인'이나 '펀치' 같은 장르물 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김아중을 초기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집필을 했던 이유도 설명했다.
또 한 작가는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해보니 열정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대본 전체를 보는 눈이 뛰어나고, 꼼꼼하고 근성있는 태도로 연기하는 배우인 것 같다. 모성에 대한 시각이라든지, 정혜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해줬다. 저보다 혜인에게 깊이 들어가 상황이나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나 감정선을 훨씬 더 정확하게 끌고 가줬다. 그래서 제가 참 많이 의지하고 배우면서 작업을 했다"고 김아중을 극찬하는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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