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는 길고긴 폭염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신나게 누리고 있다. 더위에 지치고 전기세 누진제에 찌든 시민들이 시원한 극장으로 끊임없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때마침 각기 다른 장르의 한국영화 빅4가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개봉하면서 상승 효과를 불렀다.
가장 먼저 막을 올린 '부산행'(7월20일)은 올해 첫 천만돌파의 쾌거를 달성하고 여유있게 최종 성적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18일까지 누적 관객수 1104만2458명. 아직도 박스오피스 6위에 머물며 이삭줍기에 여념이 없다.
한 주 뒤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무난한 페이스다. 잘 된 것도, 그렇다고 안 된 것도 아니다. 박스오피스 5위에 누적 관객수 656만8467명. 빅4 가운데 제작비를 가장 많이 들인 사실을 감안하면 조금 아쉽지만 손익분기점은 일찌감치 넘겼다.
막차로 개봉한 '터널'과 그에 한 주 앞선 '덕혜옹주'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여름철 대작영화 서너편이 개봉할 경우, 한두 편이 천만 이상을 달성하면 나머지 영화들이 폭삭 망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터널'은 흥행보증수표 하정우의 열연과 맞물려 '부산행' 못지않은 흥행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노린 기대작들이 개봉하기 전까지 앞으로 2~3주간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터널'의 천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단 데뷔작으로 영화계를 깜작 놀라게 했던 천재 김 감독의 연출력이 압권이고 러닝타임내내 관객을 조이고 웃기고 짜릿하게 만드는 전개도 일품이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연출 덕분에 입소문을 탔다. 중 장년층에 이어 노년층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흥행 불씨는 쉬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주 개봉한 외화 블록버스터 '스타트렉'에게 스크린을 뺏겼음에도 '터널'에 이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433만1078명. 천만 대박은 어려워도 700만 이상의 중박은 충분히 가능하리란 예상이다.
어찌됐건, 올 여름 극장대전에서 한국영화 빅4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각각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났다는 사실을 넘어서 뜨거운 폭염이 열난 관객들을 극장으로 더 많이 불렀다는 특수효과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