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흥행력’이다. 작품을 보는 심미안은 또래를 넘어 여느 배우와의 비교에서도 단연 뛰어나다. 배우는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사는 삶이 숙명이라면 숙명. 그렇다면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는 능력도 배우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셈이다.
이 점에서 이종석은 프로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는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KBS 2TV ‘학교 2013’을 시작으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SBS ‘피노키오’ 등 그의 올 A+ 필모그래피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에는 수목극 1위를 수성 중인 MBC ‘W’까지 추가되면서 역시 ‘프로흥행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 ‘열일’하는 배우였던 그. 19일에는 ‘W’에 이어 영화 ‘VIP’(감독 박훈정)로 차기작 소식을 전했다.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이번에 도전하는 작품은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기대작. 그가 직접 영화제작사를 차린 후 첫 작품이자 배우 장동건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던 바. 여기에 브라운관 흥행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이종석이 출연을 확정지으면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동시에 차기작으로 ‘VIP’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종석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흥행이 아닌 도전이라는 키워드로 말이다. 이종석은 대중의 사랑을 톡톡히 받으면서 동시에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작품, 캐릭터는 늘 신선했다. 탈북한 천재 의사,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의 이야기, 거짓말을 하면 재채기를 하는 사회부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여기에 웹툰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본 적 없는 설정까지 작품 속에서 늘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아온 바다. ‘VIP’에서는 무려 전 세계를 돌며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북한 고위층의 아들 ‘광일’ 역이다.
웹툰 속에서 모든 이들의 히어로를 살았던 이종석이 차기작으로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골랐다는 점은 예비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의 변신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라는 것. 선한 얼굴 안에서 ‘싸함’을 발견했던 눈썰미 좋은 시청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캐릭터와 작품 설정에 따라 여러 분위기를 풍기는 타고난 마스크, 맥락과 설득력을 부여하는 연기력, 작품을 볼 줄 아는 심미안,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 넘치는 도전정신이 지금의 이종석을 만든 요소가 아닐까.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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