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저질' 경보등이 켜졌다.
19일 방송된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3' 영구탈락 미션 1대1 디스 배틀은 최고 시청률의 영광을 안았지만 그와 동시에 '역대급 저질'이라면 오명을 안게 됐다. 외모비하, 몸싸움, 왕따 논란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여러 요소들이 디스전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시청자들 역시도 강한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배틀인가.
이날 방송에서는 먼저 육지담과 제이니의 배틀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이니가 육지담에게 던진 가사에서는 "이가 노랗다", "이빨 밀당녀' 등의 외모 비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제이니는 육지담이 실력보다는 외모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면을 내내 꼬집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춘 디스라 할 수 있었지만, 듣기 힘들 정도로 민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몸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몸 터치도 시청자들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방송 전부터 애쉬비에 대한 안 좋은 마음을 갖고 있던 그레이스와 그런 그레이스가 불편한 애쉬비, 두 사람이 붙었다. 강렬한 기싸움은 몸싸움을 연상시키는 강한 퍼포먼스로까지 이어진 바다. 이에 그레이스가 '몸은 터치하지 말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다른 멤버들의 디스전에서도 자칫하면 몸싸움으로 이어질 법 만한 제스처가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무엇보다도 화제가 된 것은 편 먹기, 이른바 왕따 논란이다. 하주연과 미료, 유나킴의 3각 배틀이 시리즈 사상 가장 '꼴사나운' 디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하주연과 미료는 서로 의기투합해 유나킴에게만 일방적인 디스를 퍼부어 공정성 논란까지 일어난 것.
선공에 나선 하주연은 "계집애들이 뭉치니 말이 많아. 회사 빽 믿고서 입만 나불나불. 위 아래도 없이 까불까불. 빽 좋은 회사 뒤에서 넌 숨바꼭질. 아이덴티티가 없어서 넌 구질구질. 너란 상품의 가치는 완전 저질. 우리 디스 전에 네 입이 너무 더러워"라며 유나킴을 디스했다.
이에 유나킴은 "발음 굴리면서 영어로 꽉꽉 채우는 가사. 누가 보면 내가 아닌 쟤가 교포인가 봐. 첫 회부터 혼자 찍네 인간극장. 감동의 눈물 흘리는 이유 허수아비 원. 터졌어 잭팟이 터졌어 잭팟이. 주연 랙 걸렸지 미래 안 보여 네 현실"이라고 반격했다.
이 다음 등장한 미료는 하주연에게 "미디어가 그토록 원하는 드라마. 나 마리오 그래서 널 디스해야 돼 주연아. 넌 녹화장에서 맨날 우느라고 붓지. 이제 그만 울어도 돼. 언니가 다 패줄게. 걔넨 어차피 대필해주는 래퍼들의"라는 내용의 랩을 했다.
하지만 유나킴에게는 "첫 만남에서 선배님 하면서 눈웃음 치던 널 기억해. 그래서 난 너에게 관심을 줬어. 근데 뒤가 더러워 잘 나가는 애들 맨날 걔네들 꽁무니만 좇고 있네. 할리우드 액션 옐로카드 받아야지. 너 랩에 노랗게 지렸어 갈아입어야지"라는 가사로 공격했다.
문제는 디스 내용이다. 시청자들이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도, 눈치챌 수도 없었기에 그저 '그들만의 싸움'이 됐다는 것. 실제로 이들이 방송에 임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청자들이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인신공격이 '디스 배틀'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나온 것만은 사실이다.
제작 관계자는 이와 관련, "래퍼들이 디스 배틀을 위해 의상, 소품 등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처럼 디스 방식도 래퍼들의 자율에 맡겨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누가 누구를 디스하든 래퍼들의 의지에 맡기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제작진의 입장에서 더 이상 콘트롤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랩을 하면서도 비트나 플로우 같은 랩의 다른 측면보다는 인신공격 내용적 측면에 기댄 디스 배틀이 힙합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자극적인 재미는 상당하지만 말이다. / nyc@osen.co.kr
[사진] '언프리티 랩스타3'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