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의 품격이란 이렇게 또 한 번 증명된다. 미국 L.A.에서 발견한 이름은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 그는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지만, 업적을 제대로 기억하는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게다가 L.A.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면 쉽게 지나칠 수 있었을 터. 이제 유재석은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바로 ‘무한도전’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가 된 셈이다.
지난 1일 ‘무한도전’ 멤버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출국했다. 워낙 극비리에 일정을 움직이는 터라 멤버들이 미국에서 어떤 특집을 촬영하고 돌아왔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짐작하건대 지난 1월 예고됐던 행운의 편지 특집으로 정준하의 벌칙 영상이 담길 거라는 정도였다.
반전이자 아차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었다. 방송 바로 5일 전에는 8월 15일, 대한민국의 광복절이었다. 역사적인 날을 그냥 보낼 ‘무한도전’이 아니었던 것. 먼 타지에서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 도산 안창호 선생의 흔적을 찾아가며 시청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솔직한 멤버들의 반응을 보여주며 시작했기 때문에 추후 “몰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더욱 와 닿았다. 무지했기 때문에 코리아타운 인터체인지, 남가주대, 한인회관, 코리아타운 우체국 등은 그저 지나치는 명소들에 불과했다. 알고 나서야 얼마나 의미 있는 장소였는지를 깨닫게 된 멤버들의 모습은 보통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간접적으로나마 그들과 함께 반성하고 두 손을 모으게 된 것.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내레이션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생전 이야기를 전하고, 그의 일대기를 자세히 다뤘다. 안창호의 막내아들 안필영 씨, 외손자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한 것. “먼 타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는 안필영 씨의 말에 더욱 숙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에 위치한 도산공원을 찾아 묵념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끝에 담았다. 미국 땅처럼 먼 곳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도산 안창호 선생의 흔적이 있었던 것. 몰랐을 땐 그냥 지나쳤던 그 거리에 말이다. 이를 통해 역사란 먼 곳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늘 있고, 또 늘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서 지난해 ‘무한도전’은 ‘배달의 무도’ 특집을 통해 일본 하시마섬의 실체를 온 국민에게 알렸다. 이를 통해 일제 강점기 강제로 징용돼 고통을 겪었던 조선인들의 애환과 여전히 고통스러운 후손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했던 바 있다. 이어 이번 L.A. 특집까지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역사를 다시금 상기시킨 ‘무한도전’. 국민의 이름으로 붙여준 ‘국민예능’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 besodam@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