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한도전’이었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안방극장을 부끄럽고 뭉클하게 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역사에 관용한 자는 무책임한 것이고, 관용한 자가 잘못한 자보다 죄가 크다는 도산이 남긴 명언은 시청자들을 고개 숙이게 했다. 두 말 할 필요가 있을까. 이게 바로 국민 예능의 존재 가치다.
지난 20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도산의 독립운동 정신이 깃든 미국 L.A 곳곳을 둘러보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도산의 가족을 만나 생전 도산이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몸바쳐 희생한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방송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아닌 나라의 아버지였다는 도산의 딸의 말, 구국을 위해 어떻게 보면 가족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도산의 미안한 마음이 드러나는 편지, 일제의 모진 고문과 고통스러운 옥살이 속에서도 역사에 관용하지 않고 나라와 겨레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그의 빛나는 희생 정신은 시청자들을 울게 했다.
교육을 통해 나라를 되찾겠다는 마음을 품었던 도산, 힘겨운 미국 농장 생활에도 한인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던 도산, 세계 곳곳을 돌며 한인 한 명 한 명을 독립투사로 만든 도산. 우리가 잘 몰랐던 도산의 이야기는 가족들과 남은 기록을 통해 안방극장에 생생히 전달됐고, 몰라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멤버들의 반성처럼 우리 모두를 뜨끔하게 했다. 국민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또 다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의 한 쪽을 꺼내들었다.
어떻게 보면 예능에서 역사 교육이라니 재미 없는 소재일 수도 있지만 ‘무한도전’은 번번히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챙겼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프로그램이 때마다 잊지 않고 방송하는 이런 역사 교육 특집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계몽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기억할 문제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더 큰 감동을 야기한다.
미처 평상시에 스쳐지나갔던, 무관심에 흘려보냈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를 되짚으며 ‘무한도전’은 웃음을 안기는 예능인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왔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도 쉽사리 되지 않을 역사 의식 고취와 공동체적인 가치관 확립은 ‘무한도전’이 고루하지 않게 다루는 역사 문제와 공익적인 발걸음이 남긴 유산이다.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이 또 한 번 배웠다며, 지금 이 순간 ‘무한도전’을 볼 수 있게 만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에 다시 한 번 감동했다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토록 고마운 방송이라는,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또 해냈다는 호평 역시 가득하다. 가까이는 지난 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건드렸던 ‘무한도전’이 도산 특집을 통해 국민 예능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