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감동을 안긴 도산 안창호 특집에 있어서 국민 MC 유재석의 매끄러운 진행과 진심을 담은 반성의 뜻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유재석의 품격 있는 ‘리액션’이 도산 특집의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미국 L.A 곳곳에서 도산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 그려졌다. 교육을 통해 구국을 하고 독립을 하고자 했던 도산의 숭고한 희생이 가족들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도산 특집의 감동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도산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과 도산이 그토록 목숨을 바쳐가며 행한 독립운동 덕에 지금의 우리가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방송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지금 당장의 내 삶과 크게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무심코 흘려보냈던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투쟁과 희생이 프로그램 곳곳에 담기며 많은 이들을 부끄럽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기획한 의도대로 안방극장은 도산의 생전 발자취를 통해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여기에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 유재석의 진심을 담은 진행이 큰 몫을 했다. 유재석은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특집이 가지는 의미를 꿰뚫는 진행을 했다. 제작진이 마련한 L.A 관광이 사실은 도산의 의미 있는 발걸음을 되새기는 유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후 깊은 반성의 뜻을 전하거나 도산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크게 공감하고 감명받는 모습을 전하며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한껏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도산 특집을 통해 감동의 장을 깔아놓았다면, 그 장을 더욱 빛나게 만든 것이 유재석의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꼭 기억해야 하는 순간은 짚고 넘어가는 진행이었다. 진행자가 너무 억지스럽게 감동을 연출해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순간, 이 같은 역사 교육을 밑바탕으로 하는 특집들은 지루한 역사 교과서로 전락하고 만다. 담담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은 꼭 맥락을 잊지 않고 짚어주는 유재석의 세련된 진행은 도산 특집의 여운을 더 길게 이끌고 있다.
유재석은 지난 해 배달의 무도 특집 당시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를 다뤘을 당시 피해자들과 깊게 교감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백마디 말보다 유재석이 강제 징용 피해자 할머니와 헤어진 후 억지로 집어삼키는 도시락이 일으키는 감동이 더 큰 눈물을 자아냈던 바.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도산 특집에서도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진심을 다해 반성의 뜻을 전하는 유재석이 있었기에 안방극장은 함께 역사 교과서를 펼칠 수 있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