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이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안방극장을 떠났다. 시한부 인생이었던 이필모는 세상을 떠났고, 시청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이상우와 김소연은 재결합했다.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화해를 담은 이 드라마는 불륜과 시한부 등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가 즐겨하는 소재가 다 있었지만 안방극장의 공분을 야기하진 않았다.
지난 21일 종영한 ‘가화만사성’은 ‘하얀거짓말’, ‘황금물고기’, ‘신들의 만찬’, ‘호텔킹’을 집필했던 조은정 작가의 작품. 조 작가가 흥미로운 통속극을 만들어오며 간혹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만큼 ‘가화만사성’ 역시 행여나 자극적이고 설득력 없는 전개로 눈살을 찌푸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허나 ‘가화만사성’은 불륜, 시한부 설정이 곳곳에 포진돼 있었지만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만들어갔고 이야기 역시 튀지 않고 비교적 개연성 있게 흘러갔다.
분명히 자극적인 소재가 있는 드라마였지만 50회 동안 시청자들의 분노를 살만한 어이 없는 설정은 없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면서도 ‘MBC 주말드라마=막장 드라마’라는 공식에 들어가는 작품이 아니었다.
중화요리사 봉삼봉(김영철 분) 가족들의 갈등, 사랑, 그리고 화해를 50회 동안 다루는 긴 흐름 속에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흐트러짐이 없었다. 삼각관계에 놓인 인물이 간혹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 전개가 되기도 했지만 이 같은 불편한 감정이 큰 흐름을 형성하진 않았다. 비교적 완성도 있는 드라마였던 ‘가화만사성’은 뻔한 이야기 속에서도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자극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공감하며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왕의 교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등을 연출한 이동윤 PD의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살리는 섬세한 연출도 드라마 인기에 큰 보탬이 됐다. 사실상의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김소연의 절절한 감정 연기, 멋있는 남자의 정석을 표현한 이상우의 매력, 그리고 중반 이후 시청자들의 호감을 확 사며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은 이필모까지, 이 드라마의 삼각관계를 이끄는 3명의 배우들이 드라마의 인기를 책임졌다. 또한 김영철과 원미경, 김지호, 장인섭, 윤진이 등 핵심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한편 ‘가화만사성’이 떠난 주말 오후 9시대 자리는 ‘불어라 미풍아’가 책임진다. 왈가닥 탈북녀 미풍과 서울촌놈 인권변호사 장고가 천억 원대 유산 상속 등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 가며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불어라 미풍아’는 오는 27일 오후 8시 45분에 첫 방송된다. 손호준, 임지연, 한주완, 황보라 등이 출연한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가화만사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