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호숫가 작은 음악 잔치가 열렸다. 폭염도 소나기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노을지는 하늘을 배경 삼아 스윗소로우의 달콤한 목소리가 가득 울려퍼진 호숫가 주변, 이 곳이 열대야도 무섭지 않은 파라다이스였다.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스윗소로우의 여름 콘서트 '썸머스윗'이 열렸다. 서울 최고 기온이 또다시 최고를 찍은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야외 공연을 즐기러 나온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한가득이었다. 소속사 측이 나눠준 티셔츠를 나란히 맞춰 입고 객석을 가득 메웠다.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스윗소로우가 약속한 시각, 무대에 섰다. 콘서트를 위해 발매한 서머송 '대박금지'를 시작으로 '괜찮아 떠나', '드라이브'를 연달아 열창했다. 스윗소로우는 달콤한 하모니가 무기인 보컬 그룹이지만 오프닝에선 숨겨둔 댄스 실력이 돋보였다.
마이크를 고쳐 잡은 멤버들은 "폭염 경보를 뚫고 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서울 최고 기온을 찍었다더라. 이렇게 미친 날씨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라며 "더 신 나게 가자. 식구들끼리 다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예쁘다"라고 외쳤다.
'가자 속초로'와 '모험가'로 후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객석 근처에 올라온 뒤에는 '빈틈을 줘'로 감미로운 목소리를 뽐냈다. 귓가에 속사이는 듯한 스윗소로우의 하모니는 마치 라디오 생방송을 듣고 있는 듯했다. 불빛에 호수는 유난히 반짝거렸다.
스윗소로우는 2007년 MBC에서 방송된 '쇼바이벌'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멤버들은 "스윗소로우 경연 출격의 시작이었다. '쇼바이벌'이 없었다면 이후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가 없었을 거다. 그때 생각이 나서 밴드 버전으로 준비했다"며 '달팽이'와 '왼손잡이', '환희'를 불렀다.
눈길을 끈 건 멤버 성진환의 솔로 무대.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된 성진환은 미발표곡인 두 곡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객석 팬들은 뜨거운 환호롤 신인 솔로 가수 성진환을 응원했고 그는 통기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주변 공기를 감미롭게 물들였다.
또 다른 포인트 무대는 인호진이었다. MBC '복면가왕'에서 '터프한 엘비스'로 출연했던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가면을 쓰고 나와 '흩어진 나날들'을 불렀다. 게다가 '복면가왕'에서 깜짝 공개했던 러블리즈의 '아츄'와 에이핑크의 '미스터츄' 댄스를 성진환과 함께 소화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송우진과 김영우도 질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일리네어 도끼와 더콰이엇을 패러디한 '질리네어'로 변신했다. 힙합 스웨그를 가득 머금고 등장해 '연결고리' 랩을 했다. 뜻밖의 무대에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두 사람은 동요를 힙합화 해 풍성한 웃음을 안겼다.
유쾌한 무대 이후 본격적으로 스윗소로우의 스위트 타임이 펼쳐졌다. '호반에서 만난 사람', '사랑한다는 말은 못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로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호숫가에 울려퍼지는 네 멤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200% 이상 달콤했다.
율동 타임도 마련됐다. '간지럽게', '다크서클', '정주나요'는 스윗소로우의 대표 율동곡. 객석 팬들은 멤버들에게 안무를 배워 음악에 맞춰 곧잘 따라했다. 자신들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율동을 추는 팬들을 보며 스윗소로우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스윗소로우 콘서트의 백미는 물총싸움이었다. 그래서 소속사 측이 팬들에게 미리 티셔츠를 선물한 것. 멤버들과 팬들은 한데 엉겨붙어 물싸움을 벌였다. 한여름 밤 이보다 더 시원하고 유쾌한 콘서트 구성은 없었다. 엔딩곡 '사랑해'와 '비바'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야외 공연이 완성됐다.
달콤한 하모니, 흥겨운 댄스곡, 살랑살랑한 부는 밤바람, 잔잔이는 호숫가 물결. 스윗소로우의 콘서트는 환상 그 자체였다. 오래도록 잊지 못한 여름날의 추억을 선사한 네 남자다. /comet568@osen.co.kr
[사진] 스윗소로우 컴퍼니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