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스트가 폭염을 뚫고 돌아왔다. 딱 1년만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2016 뷰티풀쇼(2016 THE BEAUTIFUL SHOW)'로다. 지난 2012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이 '뷰티풀쇼'는 비스트의 콘서트 브랜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장현승의 탈퇴로, 5인 체제로 전환한 비스트. 하지만 이날 장현승의 공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5인 비스트는 완벽에 가까운 콘서트를 완성해냈다.
20일과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목청껏 환호를 내지른 이들은 총 2만 2천여명. 한동안 계속된 무더위로 인해 비스트 멤버들은 공연장 위에서 땀을 흠뻑 쏟아냈고, 해당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열기가 더해지며 더 뜨겁게 달궈졌다. "오늘 콘서트장은 더 더울 것"이라고 예고했던 양요섭의 말처럼.
오프닝을 연 것은 '하이라이트'였다. 이어 '위 업(WE UP)', '예이', 그리고 펼쳐진 '쇼크'가 모두를 확실하게 예열시켰다. 레드와 블랙으로 물들어진 무대는, '뷰티풀쇼'를 찾아준 팬들에게 건네는 반가운 인사를 대신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이기광, "잊지 못할 콘서트를 만들어주겠다"고 자신하며 "곱씹느라 오늘밤 잠을 못자게 될 것"이라는 요섭, "돌아온 이상 무사히 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으로 함성을 이끌어낸 윤두준의 목소리는, 비스트의 매력을 또 한 번 확인시켰다. '드라이브', 'When I…', '미드나잇(별헤는밤)'이 공연장에 울렸다.
이날은 분명 특별했다. 멤버들의 미공개 솔로곡이 선물처럼 와르르 쏟아진 것. 양요섭의 솔로곡 '나와'를 제외하면, 윤두준 'Where Are U Now', 손동운 '술한잔해', 용준형 '불시착', 그리고 이기광이 상의까지 벗어던진 '니가 뭔데'는 이날 최초 공개된 멤버들의 솔로곡과 무대였다. 이는 폭염에도 공연장을 찾아 비스트의 무대를 두 눈과 귀로 담아낸 팬들을 행복에 젖게 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윤두준의 말에 모두 공감했음을 물론이다.
뿐만 아니다. 2009년 비스트 데뷔앨범 타이틀곡 '배드 걸', 수록곡 '미스테리'는 최근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소름이 돋을 정도의' 희귀 무대다. "가장 풋풋했던 2009년으로 다시 들어가봤다. 이 자리에 여러분과 있게 만들어준 곡"이라는 요섭, "솔직히 배척했던 곡"이라며 데뷔 시절의 모습을 못내 쑥스러워하면서도 "여러분을 위해 들려줬다. 열심히 연습했다"고 설명을 덧붙인 두준의 이야기는 이 무대가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되새기게 했다.
공연장 전체의 불을 끈 후 펼쳐진 'Lightless', 'The Fact'와 'Fiction'이 한데 묶인 무대, 멤버들의 감성에 젖은 목소리로 감겨진 '12시 30분', '비가 오는 날엔', 그리고 '굿 럭', '리본'이 차례로 무대를 꾸몄다.
'일하러 가야돼'를 위해서 멤버들은 중앙 무대에서 다섯개의 길로 이어져 있는 커다란 원형길로 나서 스탠딩과 2층 무대를 움직이며 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아름다운 밤이야'로 흥을 돋우며, 요섭은 팬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고, 손동운은 팬의 휴대폰을 받아들고 셀카를 찍어주는 모습도 내비쳤다.
퇴장한 비스트 멤버들은 팬들의 '앙코르' 연호에 다시 한 번 무대에 등장했고, '버터플라이'를 부르며 양요섭은 눈물샘이 터졌다. "울지마"라는 팬들의 외침. 마무리는 '오아시스', '잘자요'가 장식했다.
이날의 '2016 뷰티풀쇼'가 더 특별했던 것은, 최근 비스트가 겪었던 일련의 일들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선뜻 나섰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스트는 최근 큐브엔터테인먼트 내부 경영권 문제를 비롯해 큐브 소속 걸그룹이던 포미닛의 해체와 현아를 제외한 멤버들의 계약 만료, 또 장현승의 비스트 탈퇴 등의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던 터.
손동운은 마지막 앙코르 무대 전 인사를 이렇게 건넸다. "옛날에는 즐겁고 행복하고 기쁜 것만 같이 나눴던 것 같은데, 이제는 슬프로 힘든 일들도 같이 나누는 걸 보면서, 저희랑 여러분들이랑 더 단단해지고 끈끈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이같은 근황을 정리했다. "많은 일들이 여러분들과 저희를 아프게 했고, 아플일들이 많겠지만, 그 아픔도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그럴만한 충분한 사이인 것 같다"는 말은, 그저 그런 달콤한 멘트보다도 훨씬 더 진정성이 묻어났던 것은 분명했다. 팬들은 그의 말대로 앞으로 비스트가 걸어가는 길이 혹여 꽃길이 아닐지라도, 그들과 함께 걸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 gato@osen.co.kr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