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스트의 공연장은 한여름의 폭염보다 뜨거웠다.
"우리도 덥고, 여러분도 덥다. 하지만 오늘 콘서트장은 그것보다 더 더울 거다"라고 오프닝을 연 양요섭의 말은 2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반을 넘긴 마지막 앙코르 무대까지 확실하게 실현됐다.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2만 2천 관객을 동원한 비스트의 '2016 뷰티풀쇼(2016 THE BEAUTIFUL SHOW)'는 특별하고 또 특별했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을 흡족하게 만들었던 순간들을 꼽아봤다.
◇멤버들의 미발표 솔로곡
'2016 뷰티풀쇼'가 특별했던 이유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멤버들의 솔로곡이 처음으로 빛을 봤던 날이었기 때문. 앞서 2016년 비스트 정규 3집 '하이라이트'에 수록된 양요섭의 솔로곡 '나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4인의 솔로곡은 팬들에겐 크나큰 선물이었다.
윤두준 'Where Are U Now', 손동운 '술한잔해', 용준형 '불시착', 이기광 '니가 뭔데'가 바로 해당 곡들. 윤두준은 노래 중간 "여러분은 역사적인 윤두준의 첫 솔로곡 무대를 보고 있다"는 말로 환호를 받았다. 기타 연주와 시작한 곡은 무대를 옮겨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는 용준형이 윤두준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솔로곡보다 먼저 만든 노래였다.
◆이기광의 조각몸매 노출
이기광은 자신의 솔로 무대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또렷한 복근이 드러난 오픈된 상의를 입고 무대에 섰던 그는,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결국 상의를 벗어던지며 '다비드상' 같은 조각 몸매를 노출했다. 공연장이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이 이어졌던 것은 당연했다.
◇2009년 데뷔곡을 품다
TV에서든 공연장에서든, 좀처럼 볼 수 없던 무대였다. 2009년 비스트를 세상에 나오게 했던 데뷔 앨범 'BEAST IS THE B2ST'의 타이틀곡 '배드 걸'과 수록곡 '미스터리'가 바로 그것. 요섭은 이를 "가장 풋풋했던 2009년", "이 자리에 여러분과 있게 만들어준 곡"이라고 소개해 공감을 자아냈다.
"1만번 정도 연습했던 곡이라 몸이 기억할 줄 알았지만,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는 손동운, "사실 배척했던 곡"이라는 윤두준의 말은 진심이 묻어나 웃음을 자아냈다.
데뷔곡들이 이날 무대에 서게 된 것에는 손동운의 노력이 있었다는 게 손동운 본인의 주장. "친구랑 밥을 먹는데, 식당 사장님이 비스트 노래를 틀어줬다. '배드걸'이 나오자 젓가락을 떨어뜨렸다"고 그때의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 다만, 절친한 멤버들은 "큰일날뻔 했다" "이모님이 (젓가락을 건네러) 또 오셔야 한다"등의 말로 감동을 웃음으로 바꾸긴 했지만.
◇끝내 터진 양요섭의 눈물샘
양요섭은 앙코르 무대에서 끝내 울었다. 메인 보컬인 탓에 '버터플라이'에서 소화할 구간이 많았지만, 울먹임이 뒤섞여 노래를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 '버터플라이' 가사를 언급하며 "노래를 제대로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덧댔다.
이에 용준형은 "제 가사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아시겠죠?"라고 이를 받아 요섭을 웃게 했다. 멤버들 역시 "그러니 적당히 쓰세요. 이제는"이라고 응수했다.
멘트 하나하나에 멤버들의 친밀감이 묻어났다. 손동운 역시 양요섭의 눈물에 "팬들이 (플래카드) 이벤트를 해주셔서 눈물이 목끝까지 차올랐는데, 이번 큐시트에는 '동운 눈물'이 없다. 최대한 참아보려고 노력했다"는 농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업시켰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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