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을 쓰고 있든 안 쓰고 있든, ‘복면가왕’에서 2AM 정진운이 보여 준 무대 매너는 판정단과 청중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몸을 들썩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 흥과 끼가 왜 이제야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정진운은 지난 21일 방송된 MBC ‘일밤 - 복면가왕’에서 가왕 에헤라디오에 도전하는 8인의 복면 가수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했다.
이날 1라운드 3조에서 뫼비우스와 가왕빼기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뫼비우스의 띠를 머리에 얹은 뫼비우스와 계산기 모양의 가면을 쓴 가왕빼기가 록 버전으로 편곡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열창했다.
뫼비우스와 가왕빼기 모두 시원시원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좌중을 압도했지만, 특히 가왕빼기는 곡 도입부에서부터 곧게 뻗어 나가는 가성을 들려 주며 듣는 이들의 청각을 자극했다. 또 가왕빼기의 기교 없이 담백한 목소리는 마음을 울리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왕빼기 판정단에게 정체를 의심받기 시작했던 것은 그가 무대 위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터였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쩔어’ 댄스를 비롯해 긴 팔다리를 휘적대며 무대를 누비는가 하면 각종 추임새를 넣는 그의 모습을 본 판정단은 정진운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56:43으로 가왕빼기의 아쉬운 패배. 가왕빼기는 싸이의 ‘연예인’을 부르며 솔로 무대를 꾸몄다. 흥과 에너지는 1라운드 대결에 비해 몇 배가 넘쳤다. 가면으로 밀당(?)을 하는 장난기도 보여 줬다. 곡이 절정에 치닫고, 그제서야 특유의 미소와 함께 “왜 저를 못 찾으셨나요?”라며 가면을 벗어 던진 이는 바로 정진운이었다. 청중은 더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정진운은 발라드 가수로 굳어진 이미지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더 늦기 전에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컬 그룹 2AM의 막내로 8년간 활동한 경력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최근에는 정진운밴드를 꾸려 각종 록페스티벌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진운은 원래 저런 애’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는 그의 주체할 수 없는 흥과 끼는 ‘복면가왕’에도 길이 남을 역대급 무대를 남겼다. 사람들이 몰라 준다는 정진운밴드의 무대까지 궁금해 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