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오는 23일 20회로 종영된다.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는 KBS 2TV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닥터스'는 휴먼멜로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승승장구 중이다. 마의 시청률이라 여겨졌던 20% 벽을 넘은 '닥터스'의 저력은 무엇일까.
'닥터스'는 사제 지간에서 의사 선후배가 된 유혜정(박신혜 분)과 홍지홍(김래원 분)의 사랑과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로, 의학 드라마보다는 휴먼 멜로 드라마에 더 가깝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 '상류사회' 등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의 신작, 김래원 박신혜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첫 방송부터 12.9%의 높은 시청률을 얻었던 '닥터스'는 방송 4회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18~19%를 얻으며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15회 방송에서 드디어 21.3%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얻었다. 물론 올림픽 방송 수혜라고는 하지만, 그 이후 방송된 2회분 역시 2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월화극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닥터스'의 최대 강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인간애와 성장이다. 병원 내 암투나 의료사고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있고, 로맨스가 늘 순탄한 것도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사람과 사람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겠다던 기획 의도처럼 시종일관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으면 변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 역시 17회까지 방송된 '닥터스'를 지탱하는 힘으로 여겨진다.
여주인공인 혜정은 어렸을 때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인물. 그래서 싸움을 일삼는 반항아가 됐고, 타인에게 날을 세웠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과 홍지홍을 만나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되어 갔다. 누구보다 의사를 위하는 의사, 환자의 보호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알리는 순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의사, 위기의 순간에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의사. 그가 바로 혜정이다.
지홍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보호받는 방법을 알게 된 혜정은 반대로 지홍과 병원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싸안을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혜정이 먼저 지홍의 손을 잡고,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으며 친해져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물론 혜정은 아직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가슴 속에 남아 있고, 할머니 의료사고를 파헤치려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자신을 막아서는 지홍에게도 날을 세운다. 하지만 기존의 드라마처럼 통쾌한 복수를 얘기하고 있지 않다. 지금껏 그러했던 것처럼 혼자 오해하고 상처 받으면서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지홍과 혜정은 달달한 연애 가운데서도 유독 많이 싸우고 또 화해를 거듭한다. 그리고 혜정은 매순간 자신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지홍의 사랑을 느끼며 또 다시 성장해간다.
그리고 이는 극의 초반과 말미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나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평생 후회하지 않기 위해 힘차게 뛰어가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지홍과 너무 소중해서 아끼고 싶다고 말하는 혜정의 모습 역시 '닥터스'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극적인 요소보다는 인물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일상적인 대화와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지홍과 혜정의 로맨스만으로도 '닥터스'가 특별한 이유는 충분히 설명이 된다. 여기에 김래원과 박신혜 출연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닥터스'를 더욱 애청하게 하는 이유로 손꼽힌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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