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래원이 '닥터스'를 통해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깨우고 있다. 최근까지 다소 어두운 연기를 해왔던 그였지만, 역시 그의 전공 분야는 멜로였음을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김래원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에서 생물 교사였다가 신경외과 교수가 된 홍지홍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혜정 역을 맡은 박신혜와 매회 꿀 떨어지는 달달한 멜로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인성, 실력, 외모 등 지홍은 누가 봐도 '완벽'하다 싶은 캐릭터다. 여기에 능청스럽고 장난기도 많다. 극 중 나이는 40살인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치 개구쟁이 소년을 보는 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다분하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현실적이며, 믿고 싶은 듬직한 의사다.
또 어른스러운 마인드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지홍의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혜정의 날선 마음을 달래고 포근히 감싸주는 역할을 해냈다. 사랑 앞에서는 저돌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그에게 밀고 당기는, 일명 '밀당'은 상상할 수도 없다. 13년만에 다시 만나자마자 "결혼했어? 애인있어? 그럼 됐다"라고 말하고 곧바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거나 평생 후회하지 않기 위해, 혜정에게 절실한 표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꾼' 그 자체.
김래원은 이런 지홍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지만, 이렇게 달달한 연기도 잘했구나 새삼 놀라게 한다. 분명 손발이 오그라드는 낯간지러운 대사도 김래원을 통하면 설렘 포인트가 되고 또 명대사가 된다. 눈빛과 표정, 목소리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사실 김래원 하면 아직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 바로 2003년 방송된 MBC '옥탑방 고양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래원은 능청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어린 신부'와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천일의 약속' 등을 거치며 귀엽다가 치명적이었다가를 반복, 자신만의 멜로 영역을 만들어왔다.
그 사이 '강남 1970', '펀치' 등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력의 진폭을 넓혔던 김래원은 다시 '닥터스'를 통해 멜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상황에 따라 눈빛, 표정, 말투를 적절히 바꾸며 지홍의 감정에 시청자들이 오롯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김래원이 있기에 '닥터스'는 더욱 탄탄한 휴먼멜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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