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멍멍아!” 단 두 마디면 충분했다. 배우 박보검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훔치는데 장난기 가득한, 상대에 따라서는 섬뜩하게 느껴질 협박성 인사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까칠하고 장난 가득한 성격 속에 숨긴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의 ‘여심 사냥’이 이제 막 시작됐다.
박보검은 지난 22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았다. 이영은 동생에게는 따뜻한 오라버니지만 무슨 연유인지 순간순간 서늘한 눈빛이 감도는 인물이다. 장난기가 가득하고 어떻게 보면 철딱서니가 없어보이지만 향후 그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이 들게 하는 눈빛 변화가 첫 방송부터 감지됐다.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어 더 궁금한 남자가 박보검이 연기하는 이영이었던 것. 박보검은 첫 방송부터 특유의 자연스러운 눈빛 연기로 감정을 여실히 전달했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이영의 가벼운 듯 보이나 알고 보면 강인한 면모가 드러냈다. 특히 남장 내시인 홍라온(김유정 분)과의 악연을 기억하며 지루하고 답답한 궁궐 생활을 타파할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개구진 표정을 짓는 모습은 이날 ‘구르미 그린 달빛’의 명장면이었다.
라온은 영이를 곤경에 빠뜨린 후 “시키면 뭐든 하리라. 댁네 개라도 되라면 되겠다”라고 말을 한 적 있었는데 영이는 이를 기억하고 “반갑다 멍멍아”를 내뱉으며 라온을 기겁하게 했다. 앞으로 영이가 라온을 짓궂게 놀리는 강아지 취급을 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 미소 속에 귀여운 복수를 담고 있는 박보검의 표정 변화가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한 것은 당연했다.
박보검은 첫 방송부터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전작인 tvN ‘응답하라 1988’ 속 순하면서도 승부사 기질이 있는 최택과는 전혀 달랐다. 최택에게 푹 빠져 지냈던 안방극장은 단박에 박보검이 연기하는 영이에게 매료됐다. 아직 어린 배우인데도 안정적인 발성으로 어떤 캐릭터든 매력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배우, 박보검이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응답하라 1988’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