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가 오늘(23일) 20회로 종영된다. 이 드라마는 사제 지간에서 의사 선후배가 된 유혜정(박신혜 분)과 홍지홍(김래원 분)의 사랑과 성장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 휴먼멜로 속에 환자와 의사 스토리를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 '상류사회' 등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 김래원 박신혜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닥터스'는 20%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닥터스'와의 이별이 아쉽기만 한 시점. 긴 시간 좋은 대본을 집필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던 하명희 작가에게 기획 의도와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하명희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0부 집필을 모두 끝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지난 주에 탈고를 하고 긴장이 풀려서 병원에 다녀왔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시원하고 좋다."
- 시청률도 잘 나와서 기분이 좋으실 것 같다.
"그렇다. 시청률은 대중성이지 않나. 많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지지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닥터스'는 처음 어떻게 기획을 하게 됐나?
"기획은 오래 전에 했다. 10년 전부터 생각을 했던 건데, 2012년에 '여깡패 혜정'이라는 제목으로 공모 당선이 됐다. 원래는 JTBC 쪽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계약을 안했다. 대본이 8개 정도였는데 그것도 몇 번씩 고친 대본이었다. 지금 대본과는 다르다. 남자 캐릭터가 많이 달라졌다. 그 때 수정 방향이 대중성과 나 자신이 가진 색깔이었다.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대중성에 맞추고 제 색깔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을 했다."
- 혜정, 지홍 등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다 잘나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를 입고 안 좋은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노력해서 그 과거를 딛고 일어나 희망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여주인공 혜정을 통해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혜정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남자 주인공, 둘이 부딪히면서 사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특히 윤도는 아픔이 있는 인물에 대한 연민이 크다고 설정이 되어 있다.
"가족사가 있는거다. 아버지가 두 번째 결혼을 했고, 어머니는 이혼 후 딴 곳으로 갔다. 모성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윤도가 자라면서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반대로 자신처럼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을 보면 연민이 생기는 거다."
- 지홍의 집에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앞서 말했듯 주요 인물들은 어린 시절에 결핍이 있는 사람이다 .지홍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친척집을 전전하다 고아원에 보내졌고, 그러다 입양이 됐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보호받을 때를 놓쳤다. 혜정, 윤도도 그렇다. 한번 지나간 어린 시절은 되돌아 오지 않지 않나. 그래서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 인형뽑기 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설정을 했다. 그 중에서도 지홍이라는 캐릭터는 뭐든 잘하니까 자칫 잘못하면 딱딱해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기계를 통하면 좀 유머러스하고, 부드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홍에게 줬다."
- 4회에서 지홍과 혜정이 재회를 하는 장면에서 "결혼했니? 애인있어? 그럼 됐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 대사가 화제가 될거라 생각했나?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굉장히 고심해서 썼다. 그게 3단 논법인데, 원래 헤어졌다 만난 연인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그 부분일 것 같았다. '결혼했을까, 안 했으면 애인은 있나? 없으면 내가 대시를 할 수 있잖아' 이런 생각을 보편적으로 하고 궁금해한다. 그리고 지홍은 직접적으로 말을 한다. 보통 사람들은 바로 물어보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그걸 물어볼걸'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들을 생략해주니까 속이 시원한거다. 그런 대리만족, 그리고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 '닥터스'의 매력 지점 중 하나는 바로 극 초반과 말미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굉장히 많다.
"내레이션은 한 회 주제와 맞닿아 있어서 맨 처음 정해놓고 집필에 들어가는데, 이 내레이션이 안 풀리면 글이 잘 안 써진다. 그래서 초기엔 일주일 걸린 적도 있다. 그 정도로 정말 어렵고 힘들다. 지금은 내레이션의 'ㄴ'도 보기 싫을 정도다.(웃음) 하지만 이 내레이션 때문에 본다는 시청자들도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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