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SF물이 등장했지만, 대개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인간은 외계인이나 스스로 만든 기계, A.I.(인공지능)에게 지배를 당할 것이라는 상상이 대부분이었다. 밝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자는 드물었다.
그래서 ‘스타트렉’ 시리즈 속 미래는 돋보였다. 우주를 공유하는 다양한 종(種)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유토피아가 이 이야기 속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과 영국 배우 사이먼 페그의 만남은 이 같은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기 충분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는 영화 ‘스타트렉 : 비욘드’ 홍보차 내한한 사이먼 페그가 출연했다. 한국 팬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를 표한 그는 “예전에 유럽이었던 영국 대표로 나왔다”고 말한 뒤 한숨을 쉬며 브렉시트에 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또 사이먼 페그는 영국의 EU 잔류에 투표했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연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그는 다양성 존중과 함께 하는 것의 가치를 언급했다. ‘SF영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믿는 나, 비정상인가요?’를 안건으로 상정한 이날 방송에서는 가깝거나 먼 미래에 대해 사이먼 페그와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했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등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들이 언급된 반면, 사이먼 페그는 자신이 출연하고 각본에 참여한 ‘스타트렉’이 품고 있는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인종을 뛰어 넘어 인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외계인조차 ‘스타트렉’의 세계관에서는 동료고 친구다.
그는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과 적대적인 태도, 편견이 세상에 만연하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좀 더 관용적인 존재일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이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입국했을 때의 경험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조건 없이 환영할 수 있다는 점에 인류애에 대한 희망을 느낀다는 설명이었다.
‘비정상회담’ 역시 그의 주장과 유사한 취지로 시작한 방송이다. 한국을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화합과 관용의 다양한 방식들을 볼 수 있게 했다. 토론도 풍성하고 유익했지만, 이날 ‘비정상회담’에는 안건과 꼭 맞아 떨어지는 광경도 연출됐다. 어릴 적 영화에서 봤던 영웅을 한국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는 진풍경,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지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그림이 아닐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