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박기웅의 흑화가 맞는데, 왜 이렇게 안쓰러울까.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시작된 일들이라 흑화 할수록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박기웅이 표현한 ‘도건우’는 단편적으로 선과 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는 지난 3월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종영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40회까지 약 80%의 내용이 전개된 것.
미니시리즈가 보통 16부작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 평일 드라마 50부작이란 비교적 긴 호흡의 대장정이다. 거의 6~7개월의 방송 기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시청자들을 잡으려면 계속해서 진화하는 스토리나 입체적인 인물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몬스터’에서는 이 역할 중 하나를 박기웅이 하고 있다.
박기웅이 극중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인물은 도도그룹의 서자 도건우다. 건우는 어려서 친모와 함께 버려져 미국에서 생활했다. 절대악인 변일재(정보석 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건우를 이용했고, 한국으로 데려왔다. 위기에 처한 건우를 한국으로 데려온 것이 도움을 주려고 했던 행위가 아님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마다 짓밟는 잔인함이 설명한다.
어릴 적 자신을 무시했던 도가네 식구들은 물론 아버지 도충(박영규 분) 회장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복수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싶었던 오수연(성유리 분)은 자신의 여자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건우가 흑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천천히 그려져 왔던 것.
특히 지난 22일 방송된 40회에서는 수연의 마음을 잡고 싶어 자작극을 벌이고, 그녀에게 “천천히 와도 좋다”며 멜로 눈빛을 보내는 건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일재의 앞에서 냉정한 모습을 보이거나 핏발 선 눈빛을 할 때, 분노의 눈물을 흘릴 때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게다가 초반 강기탄(강지환 분)을 비롯해 도도그룹 동기들과 코믹 케미스트리(조합)를 뽐내던 모습부터 생각해보면 한 인물의 인생사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왔음을 알 수 있다.
긴 호흡의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미니시리즈보다 속도나 화제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는 바. 그렇지만 ‘몬스터’는 매회 ‘하드캐리’(게임에서 한 유저가 팀의 전체 승리를 이끎)하는 배우들이 있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