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이 유치하다고? 다 이유가 있었다.
사극이라는 장르로 진지할 줄만 알았던 ‘구르미 그린 달빛’.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펼쳐진 것은 묘하게 발랄한 시트콤의 향기가 풍기는 로맨틱 코미디물에 가까웠다. 다소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모두 제작진이 의도한 가벼움이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까칠한 왕세자 이영과 사연 많은 남장 내시 홍라온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다. 이영과 홍라온 역에는 각각 박보검과 김유정이 캐스팅돼 더욱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베일을 벗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예상외의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황진이'부터 '성균관 스캔들', '태양의 후예'까지 다양한 드라마 OST가 배경음악으로 쓰이거나 코믹한 효과음이 쓰인 것은 물론, 차태현과 조여정이 카메오로 등장해 깨알같은 웃음을 더한 것.
박보검의 연기 변신도 눈에 띄었다. 근엄하고 진중할 것 같았던 세자 이영은 학문 시간에 컨닝을 하다가 들키거나 라온(김유정 분)의 계략으로 땅구덩이 빠진 후 "국밥XX야"라며 욕설을 내뱉는 등 허당기 넘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보검이 그간 선하고 진지한 역할들을 맡아왔던 것을 고려했을 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신이었다.
이와 같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신선한 도전에 대부분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의 기획을 맡은 강병택 CP에 따르면 이는 모두 제작진이 의도한 설정이라는 것.
이에 대해 강 CP는 "1회는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쉽고 재밌게 그려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려고 했다"라며 이는 모두 초기 시청률 유입을 위한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비슷한 장르의 경쟁작인 SBS '달의연인:보보경심 려'보다 일주일 앞서 방영되는 만큼 초반 시청률 선점이 중요한 상황.
또한 강 CP는 "지금은 코믹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가면 갈수록 나름의 역사성과 진지한 멜로 이런 것들이 변주가 될 것이다"라며 "특히 세자 이영이 부친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하게 되며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과연 '구르미 그린 달빛'은 이 기세를 이어 월화극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