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관이 이렇게 고운 건 반칙 아닌가?”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라온(김유정 분)에게 윤성(진영 분)이 건넨 대사다. 벼락이라도 쳤으면 좋겠다 생각할 만큼 무료했던 윤성의 일상은 별안간 그의 앞에 나타난 라온 덕에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이날 방송에서 라온의 활약을 본 이들 가운데 윤성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품이 큰 남자 옷을 입고 남자 목소리를 내 봐도 라온은 그저 예쁜 남자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고왔다.
제멋대로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에게 턱을 붙잡히고 갖은 막말을 듣는 수모 속에서 한참을 휘둘리고, 끊임 없이 돌발 상황에 직면하는 고군분투 속에서도 라온은 빛났다. 극 중 남장여자 라온으로 변신한 김유정의 미모와 연기력 덕이었다.
특히 망가져야 할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병연(곽동연 분)과의 첫 만남에서 그를 귀신으로 오해하고 기절했을 적에는 눈을 뒤집고 흰자를 드러냈지만 흉하지 않았다. 성내관(조희봉 분)에게 단단히 찍히는 바람에 산닭 20마리를 잡아야 했던 극한상황에도 거침 없는 닭몰이를 선보이는가 하면 지붕 위에 오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라온을 미워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고생길만 걷던 라온은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이영에게 따뜻한 마음도 베풀었다. 그는 자신이 조선 팔도에서 마음이 제일로 부자라며 직접 잡아 요리한 닭다리를 내밀었다. 그 환한 미소는 안하무인 왕세자도 움직일 만했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는 라온 캐릭터를 살린 김유정의 연기 내공이 놀랍다. 다수의 사극을 통해 고전적 외모와 실력을 입증받았던 그이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다채롭게 얼굴을 바꿔야 했던 작품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김유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라온을 응원하게 만든다. 라온의 궁궐 탈출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든 이영에게 고마워질 정도다. 결국 내관이 된 후 고생길을 넘어 꽃길을 걸을 때까지, 라온은 시청자들의 예쁨을 한몸에 받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