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면 어떠하리, 박보검이 개연성인 것을.
박보검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 위해 노린 클리셰 역시 찰떡같이 소화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세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던 중, 여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자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는 모습이 뻔하면서도 그 주인공이 박보검이 되자 설렐 수밖에 없는 것.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2회에서는 궁 안에서 재회한 이후로 점차 가까워지는 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라온(김유정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극중 두 사람은 각각 세자와 남장 여자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상태. 이에 이영은 라온의 앞에서 필요에 따라 별감도 됐다가, 내관도 됐다가 일부러 내관 시험에서 떨어져 출궁하려는 라온을 방해하며 장난기 넘치는 세자의 면모를 뽐냈다.
반면 이영이 세자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라온은 틈만 나면 자신을 괴롭히는 이영에게 약 올라 하면서도 그가 우울해보이자 직접 잡은 닭으로 백숙을 대령한 후 "보아하니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나본데 그럴 때 배까지 고프면 더 서럽지 않냐"라며 "조선 팔도에서 마음이 제일로 부자인 홍삼놈이 드리는 정이다"라고 위로했다.
이에 이영 역시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고 라온, 호위무사 병연(곽동연 분)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여전히 이영이 세자임을 모르는 라온이 이영을 앞에 두고 세자를 욕했고, 병연이 이를 은근슬쩍 거드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영의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다. 라온이 자신을 향한 연서를 대필했다는 것을 안 명은공주가 대노하며 그를 죽이겠다 나섰고, 때마침 이를 발견한 이영이 등장해 멈추라 명한 것. 절묘한 타이밍에 어디선가 멋지게 나타나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하는 장면은 흔한 클리셰 중에 클리셰지만 시청자 역시 이를 알고도 낚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그려내는 1회부터 '열일'하는 박보검의 비주얼은 물론, 이영 역에 몰입한 연기가 개연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덕분에 뻔한 클리셰마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로맨틱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
이처럼 방송 말미 긴장감을 자아내며 끝을 맺은 2회에 이어 3회에서는 어떤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질지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