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요즘 오랜 만에 복귀한 가수 양수경에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17년을 기다린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준 양수경의 가창력 덕분이 아닐까.
지난 1988년 ‘바라 볼 수 없는 그대’로 정식 데뷔해 ‘사랑은 창 밖에 빗물 같아요’ ‘사랑은 차가운 유혹’ ‘그대는’ ‘이별의 끝은 어디 인가요’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양수경이 1999년 발표했던 앨범 ‘후애’ 이후 공백기가 길었는데 올 7월 미니 앨범을 들고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더욱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듯 익숙한 음악부터 새로운 곡까지 넓어진 장르와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나훈아가 작사·작곡한 ‘갈무리’, 전영록이 피처링한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 뮤지션들의 참여도 앨범을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양수경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설레기도 했는데 두려웠다. 모든 사람에게 사연이 있지 않나. 내가 원치 않는 이야기가 보도되고, 가십거리로 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나서길 주저했다. 조금만 쉬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있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긴 공백이 있었던 양수경. 그 누구보다 무대에 목마르고 팬들이 그리웠음을 고백하는 그녀는 많은 일들을 겪고 이겨내며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자신을 기다려준 고마운 팬들에게 새 앨범을 바친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수경은 올해 컴백을 굳힌 결정적 계기로 아이들을 꼽았다. “복귀가 두려웠는데 (나이의)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더라. 더 이상 미루면 못할 것 같았다. 언제까지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었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실 예전 같은 인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히트치는 것은 나중 일이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컴백을 좋아했느냐고 묻자 “별 관심 없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떨어져 살아서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다. (울까봐)연락도 안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양수경은 지난달 9일 방송된 KBS2 예능 ‘불후의 명곡’ 양수경 특집에서 오프닝 무대를 꾸몄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후배들이 내 노래를 불러줬을 때 지난 세월에 대한 회상과 아쉬움이 컸다. 가수로 살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다가 그 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 나가고 2~3일 동안은 너무 우울했다. (모니터를 했는데)갑자기 나이가 든 여자가 나온 것만 같았다. 익숙해지기 위해 계속 봤다. 나이가 든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을 할 것도 아니지 않나. 익숙해져야지 싶었다.(웃음)”
복귀를 결정하고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대와 떨어져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그 노래 실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게 느껴졌다고.
“무대에 대한 욕망만 컸지만 연습을 게을리 했다. 굉장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보컬 트레이너와 회사 대표님 앞에서 노래를 했는데 ‘호흡도 짧고 목소리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할 거면 하지마라’고 하시더라. 작곡가에게도 혼났다. 된통 혼나서 집에 가서 몇 번이고 울었다. 호된 연습시간을 거쳤다. 대표님과 보컬 트레이너, 작곡가 하광석 씨에게 고맙다. 제 인생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새 미니앨범 타이틀 곡 ‘사랑바보’는 1980~90년대 ‘원조 디바’였던 양수경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노래다.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애수의 찬 스페니쉬 기타 사운드는 몰입도를 최상으로 이끌어내며 양수경의 깊은 보이스와 멜로디가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그녀는 이 노래에 대해 이별을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오랜 사랑 끝에 이별을 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사랑바보’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시 노래하고 싶었다. 그리운 분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재회의 감동은 팬들에게도 소중할 것 같다”고 했다.
“옛날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저 역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추억팔이는 하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랑을 못 받는 게 이제는 두렵지도 않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에 노래하지 않고, 내 나이또래 사람들과 공감하는 노래를 하고 싶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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