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W’ 속 한효주를 보고 있자면, 극한직업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별안간 웹툰 세계로 끌려들어갔다가 교도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웹툰 속 캐릭터 진범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원점으로 돌려놨더니 사흘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해 노숙자 신세가 됐다. 이 험난한 인생사,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다.
한효주는 MBC 수목드라마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에서 현실 세계 흉부외과의사 오연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 설정 상 직업이 외과의사 레지던트이다 보니 차림은 수수하다. 강철(이종석 분)이 사준 옷을 제외하면 편안한 복장을 즐겨 입고 신발도 단화 위주다. 늘 뛰어다니는 외과의사의 삶을 최대한 극에 반영한 것.
화면에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모든 여배우의 공통된 바람이겠지만, 이보다 시청자들이 극중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느냐를 우위에 두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자세다. 한효주의 연기 열정이 드러나는 대목.
즉 연주 캐릭터를 두고 웹툰작가 딸로 살기 참 힘들다며 극한직업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농담 섞인 말도 전부 고생스러운 연주의 삶을 그대로 그려낸 한효주가 있어서 가능했다. 웹툰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강철의 감정이 변화해야 한다. 즉 연주가 강철과 만나지 않는다면, 만나서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다음 회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웹툰에서 사흘이 흐른 것.
지난 24일 방송된 10회분에서는 연주가 사흘간 웹툰 세계에 갇혀 있으면서 신분도 돈도 없는 신세에 병원에서 떠돌다 결국 윤소희(정유진 분)의 집에 가는 장면이 그려졌다. 비어 있는 집에서 몰래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먹고 라면을 끓이며 배고파하는 장면이 그대로 그려진 것. 먹방에 두각을 나타낸 여배우는 몇 있었지만, 굶은 연기를 이토록 실감나게 한 여배우가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진짜 사흘 굶고 한 연기”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화면에 비추는 모습보다 작품 속 캐릭터의 설정을 더 생각하는 배우의 기본자세를 누구보다 제대로 행하고 있는 한효주. 여기에 지금까지 해온 작품을 통해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늘 최선의 노력과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 왔다. / besodam@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