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승을 부린 역대급 폭염은 이제 물러가는 분위기다. 길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간다는 이야기다. 한국영화 빅4의 대결이 볼만했던 올 여름 극장대전 또한 슬슬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한 '부산행'부터 막차를 탄 '터널'까지, 네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다 같이 웃는 분위기다. 물론 미소부터 박장대소까지 각자 웃음의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긴데다 합계 3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울 게 분명하다.
아직 '터널'이 박스오피스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중이라 빅4 대결의 결산을 내기는 이르다. '끝까지 간다'로 한국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김성훈 감독의 스릴러 신작 '터널'은 추석 대목까지 롱런가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상 최종 관객수는 800만. 최소로 잡아도 700만 돌파는 거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터널'은 25일 하루 동안 11만1550명을 동원해 누적 561만5174명을 동원했다. 지난 10일 개봉 이후 단 하루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뚜렷한 경쟁 상대가 없는데다 입소문을 탄 덕분에 당분간 흥행 기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번 주 500만을 넘었고 600만 고지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중이다. 25일 현재 누적 관객 507만5948명의 성적. 롱런 지표 가운데 하나인 60대 이상 노년층이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에 합류하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700만 고지가 코앞이다. 이날까지 686만6561명을 모았다. 박스오피스 6위에 랭크됐다. 그 바로 아래 7위가 '부산행'으로 누적 관객 1132만 명으로 올 여름대전의 우승을 확실히 굳혔다. 지난 달 20일 막을 올린 이후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톱10을 유지하면서 좀비같은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듯 네 영화의 예상 관객 총수는 가뿐히 3천만을 넘어선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신나게 누린 셈이다. 더위에 지치고 전기세 누진제에 찌든 시민들이 시원한 극장으로 끊임없이 몰려들었기 때문. 때마침 각기 다른 장르의 한국영화 빅4가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개봉하면서 상승 효과를 불렀다.
특히 막차로 개봉한 '터널'과 그에 한 주 앞선 '덕혜옹주'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여름철 대작영화 서너편이 개봉할 경우, 한두 편이 천만 이상을 달성하면 나머지 영화들이 폭삭 망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미국의 유력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터널' 리뷰를 게재하며 "뻔한 재난영화와는 다르다. ('터널'이 가진) 독특한 요소들이 재난 영화를 신선하게 만들어줬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기존 재난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이끌어냈다"고 호평했다. /mcgwire@osen.co.kr
[사진] '덕혜옹주', '터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