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영화 ‘올레’의 주역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의 폭발할 듯한 아재미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올레’는 퇴직 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사법고시 패스만을 13년 째 기다리는 고시생 수탁(박희순), 그리고 겉만 멀쩡하고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때,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무책임한 일상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밖에서 보기엔 스펙만점 대기업 과장에 사법고시 준비생 그리고 잘나가는 아나운서지만 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는 사람을 절로 부끄럽게 만드는 세 남자. 이쯤 되면 폼 나게 살 줄 알았던 세 남자는 스무 살 때와 다름 없이 여전히 철없고 가는 곳마다 얼굴 붉어질 일만 가득하다. 마치 영화 ‘스물’ 속 잉여백수 치호(김우빈 분), 생계 때문에 꿈을 접어둔 재수생 동우(이준호 분), 연애를 글로 배운 새내기 대학생 경재(강하늘 분)의 미래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비글미가 폭발하는 중필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선 경직된 자세로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반전매력을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게 해준 나래(유다인 분)의 말 한마디와 손끝만 닿아도 귀까지 빨개지며 화들짝 놀라는 그의 모습은 사랑 앞에 한 없이 약한 츤데레의 면모까지 보여 마성의 아재파탈로 여심을 자극한다.
반면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흥이 넘쳐나는 수탁은 게스트하우스 막걸리파티에서 자신의 나이를 애써 속여보지만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아재개그로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게스트하우스의 줄임말 '게하'라는 신조어를 알게 되면서 자랑스럽다는 듯 외치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푸들 같은 헤어스타일과 어우러져 귀엽기까지 하다. 여기에 남다른 몸짓과 구성진 노랫가락은 그의 아재미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매 시간 티격 태격 대는 중필과 수탁의 모습을 흥미롭게 관망하는 은동은 셋 중 가장 성숙한 성격을 지녔지만 제주도에선 무용지물이 된다. 갑갑했던 일상을 벗어나 제주도에 온 것만으로도 일탈한 기분을 느끼는 은동은 문상은 뒤로 한 채 중필과 수탁의 장단에 맞춰 제주도 관광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아나운서, 아빠가 아닌 은동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가장들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pps2014@osen.co.kr
[사진] '스물', '올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