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이라는 감정은 종종 저울에 오르곤 한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사랑이 더 중한 이도 있고, 애인보다는 친구가 먼저인 이도 있다. 서로 죽고 못 사는 죽마고우가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번에도 사랑과 우정은 가혹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질투의 화신’ 속 조정석과 고경표가 그렇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에서는 화신(조정석 분)과 정원(고경표 분)이 나리(공효진 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화신은 정원과 대학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고, 나리와는 방송국 선후배 관계이자 그의 짝사랑 상대다. 정원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인 나리를 알고 있었지만, 나리는 방콕행 비행기에서 정원을 처음 봤다. 세 사람은 방콕에서 운명적으로 함께 만나게 됐다. 이 관계들이 얽히고 설킬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화신과 정원의 관계가 좀 유별나다. 보통 한 여자를 두고 사랑 싸움을 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이들은 애초부터 사이가 좋지 않거나 소 닭 보듯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화신과 정원은 서로의 연애사를 꿰고 있을 정도로 몹시 친한 사이다. 정원은 화신과 커피를 마시겠다고 방콕행 비행기를 끊을 정도고, 오그라드는 말은 절대 못 하는 화신도 정원 칭찬에는 입이 마를 정도다.
정원은 방콕행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나리를 알아 보고 말을 건넸다. 관심이 고픈 나리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정원과 신나게 대화를 나눴다. 정원은 나리의 푼수 같은 매력이 귀국해서도 계속 생각났다. 나리 역시 비행기에서 잠든 정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정도로 그가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라면 두 사람은 조만간 연애를 시작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계기는 만들면 되는 것이니.
반면 화신은 전형적인 ‘후회 남주’다. 미운 말 못된 말은 실컷 퍼부어 놓고, 여자가 못 견뎌 돌아서면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뉘우치는 타입이다. 나리에게도 3년 전 짝사랑을 들먹이며 모질게 퍼부어 놓고는 중요한 순간에 “그냥 걸었다”며 전화하는 위인이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스스로를 마초며 수컷이라 칭하지만 만만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리가 당겼을 때 그는 밀었고, 그가 당겼을 때 나리는 저만치 멀어졌다.
화신과 정원, 나리의 애정전선 향방은 대강 짐작이 간다. 하지만 화신과 정원이 죽마고우라는 점은 이 앞일이 빤한 이야기에 변수다. 불 같은 성격의 화신과 물 같은 성격의 정원이 금 간 우정 탓에 변화하는 과정 또한 ‘질투의 화신’ 속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흔들린 우정’ 혹은 ‘잘못된 만남’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