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로서 박희순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12년간 연극무대를 누비며 탄탄하게 연기력을 갈고닦은 박희순은 2016년 ‘올레’를 시작으로 ‘밀정’ 특별출연 그리고 박훈정 감독의 신작 'VIP'까지 바쁜 일정이 예고됐다.
박희순은 2013년 공유와 함께 찍은 영화 ‘용의자’ 이후 ‘올레’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오는 9월 개봉하는 ‘밀정’에서도 김장옥 역할로 화려한 오프닝을 장식한다. 거기에 더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루시드 드림’은 물론 오는 10월에는 장동건, 이종석과 함께 하는 영화 ‘VIP’ 촬영에 돌입한다.
“차기작이 있는 배우가 부럽다. 영화 막바지 되면 스태프들이 배우들에게 덕담처럼 차기작에 관해 물어본다. 그런데 덕담이 아닐 때도 있다. 차기작이 없으면 배우들끼리는 좀 그런 게 있다. 많이 달려온 배우들도 있지만 저는 달리고 싶다. 하반기에는 저는 좀 있다”
여전히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까지 꾸준히 연기해온 배우 박희순에게도 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영화에서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며 작품을 이끌어온 그는 솔직하게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20대 발산하는 연기를 했다. 제가 활동했던 극단 자체가 힘 있고 에너지 있는 작품을 많이 하므로 영화로 오면서 그 에너지를 눌러서 중화시키려고 애썼다. 40대가 되면서 더 놓고 싶었는데 점점 더 연기가 어려워진다. 했던 연기와 했던 경험이 더해져도 연기는 쉽지 않다. 연기에도 트렌드가 있고 유행이 있다. 젊은 친구들이 하는 풋풋한 연기 이런 거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쪽으로 갈 것인지 어떤 것을 취할 것인지 하던 대로 밀고 갈 것인지. 이런 생각들이 조금 고민이 있다”
그런 만큼 ‘올레’에서는 파격적으로 망가지며 코미디 연기를 소화했다. 그동안 진중하고 무거운 모습만 보여줬던 영화에서는 첫 코미디 연기 도전이다.
“감독님이 제 눈이 강아지를 닮아서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푸들처럼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외형적으로 변신하면 기존의 박희순으로 보지 않고 수탁으로 볼 것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망가지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대본이 들어오지 않았다. 두려움은 전혀 없었고 역할에 녹아들어서 정말 재밌게 연기했다”
파격적인 변신을 한 박희순에게 있어서 ‘올레’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일지 물었다.
“영화를 보면서 자기 연기의 감정선이나 대사나 이런 것만 보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다. 처음으로 제대로 영화를 봤다. 관객의 처지에서 보려고 애쓰다 보니 우리가 원했던 지점에서 밖으로 가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웃고 낄낄 대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한 가지 정도는 얻을 수 있는 영화다”/pps201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