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여심 꽤나 홀렸던 배우의 저력은 여전했다. 김래원이 '닥터스'를 통해 "결혼했니?", 단 한 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던 여심을 술렁이게 만든 것.
김래원은 지난 23일 종영한 SBS '닥터스'에서 의술부터 친화력, 성실함과 책임감까지 갖춘 신경외과 교수 홍지홍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야기를 이끄는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 덕분에 매 장면, 매 대새가 하이라이트가 됐고, 시청률 역시 마지막회에 20%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김래원과 직접 만나 '닥터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연기에 대한 진지한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래원과의 일문일답.
- 전작 '펀치'와 다르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다.
굳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피한 것은 아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받았지만 딱히 매력적이지 않아서,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해왔던 것 뿐이다. 이번'닥터스'는 안 해본 직업이고 재밌을 것 같았다. 신혜 양은 먼저 캐스팅이 돼있었는데 저랑 하고 싶다고 했다더라. '닥터스' 촬영을 한 달 번 먼저 찍고 저는 영화를 찍고 바로 들어간 거라 시기적으로 죄수복 입고 있다가 바로 다음날 의사 가운 입었었다. 그래도 머릿 속으로 그렸던 대로 비슷하게 잘 갔던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 괜찮은 것 같다. 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할 계획도 있다. 당장은 아닌 것 같고, 개봉할 영화가 두 편이 있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기쁘고,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한 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촬영하면서도 그랬지만 끝나고도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다.
- 홍지홍 말투 탄생 배경이 있나
그거 아무 생각 없었다. 대사가 좀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어렵다는 게 조금 오글거리거나 표현하기에 닭살스러운 것들을 그대로 하면 정말 닭살일 것 같았다. 부드럽고 심플하게 넘길 수 있을까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나왔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그렇게 요구하시더라. 그때는 또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계속 하는 것 같아서 싫더라.
- 지금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후반부에 어떤 회부턴가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긴 한 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오열하고 힘든 상황을 겪었다. 그 뒤로 2~3주가 흘렀는데 들어오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왔다. 현장에서는 친구한테 반갑게 인사도 했는데 감독님이 그것까지는 아니라고 하셨다.
- '결혼했니' 대사 인기 예상했나.
한 마디의 순서도 조금 바꾸고 조금은 과하긴 했는데 그래서 이렇게 이슈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작가 선생님의 의도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항상 다정다감하고 이해하고 지켜봐주는 인물인데 그 신만 놓고 보면 상남자다. 작가님한테 나는 상남자로 가고 싶다고 했었다. 쭈뼛거리면서 눈도 못 쳐다보고 던지는 거였는데 제가 바꿔서 해버렸다. 저는 제가 바꿔서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 낚시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실제로도 낚시를 즐겨하나.
처음에 드라마 하기로 했을 때 작가님한테 취미가 낚시라고 했고 홍지용이 낚시를 못하면 재밌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신혜씨가 어릴 때 아버지랑 낚시를 해서 낚시를 굉장히 잘한다. 근데 방송에는 그것까지는 안 나왔더라.
- 이번 드라마에서 유독 어려보였는데.
어려보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머리 스타일도 나름 좋은 스태프들이 많으니까 고집을 많이 부렸는데 주변 잘 하시는 분한테 믿고 맡기는 편이다. 개인 스태프들한테도 고맙다. 피부 관리도 꾸준히 했다.
- 박신혜와 9살 나이 차, 실제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전혀 그런 것 한 번 의식한 적 없다. 후배들도 저를 그렇게 안 대했고 너무 편하게 또래 오빠처럼 했다. 그게 맞는 거였다. 연기에 대해서 서로 호흡할 때 크게 의논한 것도 없었고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런 부분은 작가님 대사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깔려있는 게 있었던 것 같다. 한참 후배다 보니까 홍지홍이 그랬듯이 지켜보면서 박신혜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반대로 박신혜도 저한테 맞추려고 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게 정상이다.
- '닥터스'가 특별출연이 유독 많았는데,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나.
다 좋았고 감사드린다. 특별 출연 역할 중에 탐나는 역할이 있었다. 조달환 씨가 했던 싸이코패스 남편 역할이 너무 괜찮아서 작가님한테도 나중에 이런 역할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너무 잘 해주셔서 드라마가 많이 도움을 받았다. 조달환 씨한테도 직접 연기 너무 잘 봤다고 말했다.
- 6회 때 박신혜와 춤추는 장면이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종방연 때 감독님이 춤추는 거 다시는 안 할 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그건 감독님이 잘못한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건 실수였다. 사실 그건 제 잘못이 아니었다. 선곡이 조금 미스였던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리고 그 때 시간도 없었다. 분량이 조금 더 많아서 편집을 다이나믹하게 했으면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모르겠다. 감독님 본인이 실수라고 하셨으니까.
- 빗 속 펜스 키스신의 어설펐던 포즈 의도인가.
그렇게 엉거주춤했냐. 보고 나서도 그 신이 이상했지 포즈는 이상하지 않았었다. 상황에 맞게 했던 것 같다. 스승과 제자로 10년만에 만나서 딥키스를 하면 진짜 이상했을 것 같다. 아무튼 그 신은 저희 문제는 아니다.
- 상대역으로 박신혜는 어떤 배우였나.
상대한테 배려를 많이 하고 맞추려고 한다. 그러니까 케미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얘기지만 어떤 배우들은 자기 것만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는 서로 열려있어서 좋은 케미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본인의 스타일인 것 같다.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냐. 혼자해서 빛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안 본다. 신혜양이 멀리 보고 똑똑한 거다. 의국 식구 중에 저를 잘 따르는 후배가 있었다. 원래 제가 누구를 가르치는 걸 싫어하는 타입인데, 그 후배가 자기 나오는 것만 본다고 해서 한 번 혼낸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 다 보고 뭐가 부족한 지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 jsy901104@osen.co.kr
[사진] HB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