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겨주니?"
故 구봉서는 1세대 희극인이자 영화배우였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정극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에서 죽기 직전 남긴 "내가 재미있게 말하면 너희들은 웃었지. 슬플 때도 말이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슬프겠지. 내가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겨주니?"라는 유언이 영화 속 최고의 명대사로 꼽혔었다.
이는 5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현실이 됐다.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라고 불렸던 원로 희극배우 구봉서가 27일 노환으로 별세한 것. 향년 90세. 故 서영춘, 故 배삼룡고 함께 전성기 시절의 트로이카로 활약했던 구봉서는 지난 1986년 11월 서영춘을 지병인 간암으로 떠나보내고, 2010년 배삼룡이 노환으로 떠나자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저놈(배삼룡)이 죽으면 난 친구도 동기도 누구 하나 남지 않는다"고 눈물을 쏟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결국 이날 구봉서의 영면으로, 대한민국 희극인 1세대들은 모두 역사의 한편으로 남게 됐다.
고 구봉서는 초창기 코미디계를 평정하고, 1980년대 후배 개그맨들과 합을 맞추는 등 그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대한민국 현역 연예인들 중 가장 고령으로 손꼽히는 송해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만큼, 현존했던 대한민국 모든 연예인을 통틀어 가장 최고령이었다.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죽을 뻔했던 사연, 故 이주일보다 14살이나 많을 뿐 아니라 코미디언 기수로도 큰 차이가 나는 선배로서 이주일이 쩔쩔맸던 이야기 등 독특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막둥이'라는 별명은 1958년 영화 '오부자' 영웅호걸 4형제 중 막내 역할을 맡아 인상을 남기며 얻게 된 애칭이다. 영화배우로 뿐 아니라, TV 코믹드라마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쉼 없이 활약했던 1세대 만능엔터테이너이기도 했다. 특히 1969년 개국한 MBC의 코미디 프로 '웃으면 복이와요'의 고정 패널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기도 했다.
웃음의 본질이 슬픔과 맞닿아 있다는 가치관을 지녔던 구봉서는, 그런 생각으로 인해 여느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녹여내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겼던 이다. 현역 희극인 후배들이 그저 속이 텅빈 가벼운 웃음은 지양하는 게, 고인의 신념을 기리는 일이 아닐까.
한편, 고 구봉서의 장례식장은 서울 성모병원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9일 오전 6시이며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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