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코미디언 구봉서(90)가 오늘(27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큰 별이 지자 국내 코미디계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중. 게다가 지난 26일부터 부산 전역에서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열린 터라 후배 코미디언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할 상황에 부산은 슬픔에 잠겼다.
부코페는 아시아 최초, 최대의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로 그야말로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모두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다. 이에 김준호 집행위원장과 전유성 명예위원장, 송은이 연출을 비롯해 송해, 이경규, 김용만, 박명수, 정준하, 김숙, 윤정수, 임하룡, 박미선, 조혜련, 이영자, 이휘재, 김영철, 양세형 등 신구 코미디언들이 모두 부산을 찾았다.
한국 코미디의 전설 구봉서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것은 개막식을 치른 다음 날인 이날 이른 오전. 그러나 이날부터 내달 3일까지 대부 이경규의 ‘이경규쇼’를 비롯해 많은 코미디언들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소식을 접한 코미디언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부산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인 것.
고인을 애도하고 싶은 마음에 당장에라도 서울로 올라가고픈 마음은 크지만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하기 때문.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 시간만을 기다린 관객들 앞에 서는 것이 어쩌면 구봉서 선생도 바라는 바가 아닐까. 슬픔 속에서도 얼굴에 그늘을 가리고 웃음을 줘야 하는 코미디언들의 숙명인 셈이다.
부코페 측과 여러 코미디언 측 관계자들은 구봉서의 별세 소식에 애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예정돼 있는 공연 탓에 부산에서라도 고인을 애도하는 방향을 고민했다. 그 결과 이날 오후 3시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예정된 코미디 드림콘서트 공연에 앞서 코미디언들은 추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코미디 드림콘서트는 김영철, 유민상, 김민경, 오나미 등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코미디언들이 다수 오르는 무대다. 방송사를 넘나들고 모두 모인 터라 더욱 의미가 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해당 추모 영상은 부코페 공식 페이스북에도 업데이트해, 관객과 네티즌들도 함께 추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부코페 측의 설명. 공연을 마친 코미디언들은 서울로 돌아가 조문할 계획이다.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성모병원 31호실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오는 29일 오전 6시,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