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려야 한다.”
원로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의 생전 의지다. 한평생 국민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뜻 하나로 희극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 그의 정신을 후배 코미디언들이 이어받는다. 그럼에도, 코미디는 계속돼야 한다.
지난 26일 오후 7시부터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개막식이 진행됐다. 아시아 최초, 최대의 코미디 페스티벌로 희극인들이 주인공이 된 자리. 참석한 코미디언들은 당당히 블루카펫을 밟으며 축제를 즐겼다.
예년보다 성대해진 규모가 부산 밤바다를 뜨겁게 달궜다. 4일에서 9일로 늘어난 기간부터 개막식을 찾은 100여 명의 셀러브리티와 2800여 명의 관객, 80여 명의 취재진이 함께 했다. 부산 시민들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국내외 예능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소속 예능인들부터 원조 국민MC 송해까지 부산에서 축제의 밤을 즐겼다.
축제의 이튿날부터는 관객을 직접 만나는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오후 3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리는 코미디 드림콘서트를 시작으로 오후 5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윤형빈 소극장에서는 코미디몬스터즈 공연이, 오후 7시에는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이경규쇼가 줄줄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보가 전해진 것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을 맞이하기도 전인 이른 오전. 구봉서 별세 소식을 접한 코미디언들과 부코페 관계자들은 모두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최대웅 부집행위원장은 송해를 잇는 다음해의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구봉서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에도 코미디는 계속돼야 했다. 예정된 공연을 소화하는 것은 관객들과의 약속이고, 그 어떤 슬픔에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웃음을 줘야 하는 것은 코미디언들의 숙명이다. 무엇보다 구봉서 생전 의지가 이와 맞닿았다. 국민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는 의지는 구봉서에게 삶의 이념과도 같았다.
부코페는 그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나가기로 했다. 검은 리본을 달고 공연에 앞서 묵념하며 추모 의식을 갖고, 무대에 올라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관객들에게 더 열심히 큰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것. 우리네 퍽퍽한 삶을 어루만져주던 그의 코미디 정신은 이제 후배들이 잇는다.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성모병원 31호실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오는 29일 오전 6시,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부코페는 다음달 3일까지 총 9일간 해운대 센텀시티와 경성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 부코페 공식 페이스북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