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성지연] "감독님, 그건 감독님 젊은 시절 이야기죠."
새파랗게 젊은 안하무인 여배우가 독설을 날린다. 눈물이 날 것 같이 서러운 '뒷방 노인 취급'이지만, 이대로 고개를 숙인다면 여배우의 말처럼 감 떨어진 아줌마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씩씩한 골드미스 강민주(김희애 분)는 없는 힘까지 짜내어 어린 후배를 한 방 먹이고 돌아섰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춥기만 하다.
잘 나가는 골드미스 강민주가 위기에 처했다. 신체적으로 환경적으로 변화를 겪으며 회사에서도 그를 향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 세월에 장사없다고 했던가. 이 세상 모든 골드미스를 서럽게 하는 말을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강민주가 오롯이 표현하고 있었다.
27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연출 최영훈, 극본 최윤정)에서는 이웃과 직장 관계 모두 위기에 처한 강민주의 이야기가 시청자를 찾았다.
잘 나가는 방송국 프로듀서였던 강민주는 최근 '감 떨어진 PD'라는 소문에 휩싸였다. 작가들은 그를 기피했고 동료들도 그런 그를 우려했다. 강민주는 자신을 향한 소문에 쿨한척 했지만, 무거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참 어린 여자 배우의 수모도 감수해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 찾아간 촬영현장에서 여배우는 캐스팅을 거절하며 "감독님, 정신 차리세요.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젠 감 떨어졌잖아요"라며 강민주를 눈 앞에서 무시했다.
강민주는 지지않고 "너는 그래서 안되는 거야. 그 싸가지 없는 입 때문에"라며 속시원하게 여배우의 기를 눌러줬지만, 그가 받은 수모는 돌이킬 수 없었다.
이웃들의 오지랖도 그를 힘들게 했다. 자신의 집에 아무렇게나 들어오거나 밤늦게 물을 달라고 찾아와 잠 못 이루게 했고 고미례(김슬기 분)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으나 단칼에 거절 당하기까지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미례에게 방송국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고상식(지진희 분)은 "강민주 당신은 스스로 엄청 잘난줄 알지? 웃기지 마. 당신은 그래서 평생 외롭게 혼자 살게 될거야"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강민주만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었다. 울적한 마음에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오는 길, 엄마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아버지가 아프다는 전화였다. 비틀거리던 강민주는 결국 넘어졌고 무릎이 까진 걸 핑계삼아 펑펑 울고 말았다. 세상 모든 골드미스의 눈물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김희애가 연기하는 강민주는 씩씩해서 더욱 애처롭다. 매력적인 외모, 똑부러진 성격을 가진 그녀지만, 결국 트랜드와 동떨어진 아주머니 취급을 받는 모습은 김희애의 실감나는 연기력을 통해 더욱 서글프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런 강민주를 김희애란 여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묘한 위안을 준다. 배우 김희애는 경험이 빚어내는 내공,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아름다움, 내면의 강인함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강민주들이 김희애가 연기하는 씩씩하고 열정적인 여성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길 응원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SB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