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미모는 정말 열 일을 하는데..'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최근 자체최저시청률을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동시간대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중 꼴찌. 시청률 1위로 출발했던 드라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짙다.
지난 25일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 16회는 전국 기준 7.7%(이하 AGB닐슨)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W’(12.2%), ‘질투의 화신’(8.35) 등을 제치지 못하고 3위를 기록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첫 방송 시청률은 12.2%였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드라마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시대 역행'이다. 그런데 더욱 생각해볼 것은 이것이 과연 정통 멜로 장르의 쇠락인지, 아니면 이경희 작가 감각의 실패인가란 문제다.
정통 멜로.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요즘 시대에서는 희귀성을 뽐내는 장르다. 그 만큼 요즘 드라마는 멜로와(혹은 멜로 하위 장르와) 타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보다 다양한 매력에 초점을 맞춘다. 전개 속도는 빠르고 메시지는 쉽게 읽힌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 같은 시기에 자신있게, 혹은 조금은 무모하게 가장 깊숙한 곳의 정통 멜로를 선보였다. 장르 자체에 경쟁력이 없지는 않지만 폭염 속에 진득하게 볼 만한 스토리는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지의 미모로도 안 되는 게 분명 있다. 스토리와 대사가 어색하니 연기까지 불편해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작품을 쓴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고맙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상두야 학교 가자’ 등 인기 드라마들을 만든 이경희 작가다. 자신만의 세계가 작품을 관통하는, 스타일과 뚝심이 있는 스타 작가다.
이 경륜있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타와 다큐 PD의 사랑을 담으며 처절한 사랑과 복수를 그리고 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는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감성이 통하지가 않는다. 이경희 작가는 그대로인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변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유난히 80년대, 90년대 드라마 같다'란 평이 많은 것과 클래식한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클래식이 수많은 변주에도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듯, 보석같은 작품은 시대를 넘어 대중이 알아주는 법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모든 것을 대중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경희 작가와 이 드라마는 세월이 좀 더 지난 후 재평가를 받게 될까.
한 시청자는 "이 드라마는 사랑 진전이 느린거지 메세지 전달은 아무 문제가 없다. 요즘 사람들이 작품 속에 담겨있는 메세지를 읽을 생각이 없는 거다. 이 드라마가 요즘 트렌드가 아닌 건 맞지만 이 드라마의 전개방식이 잘못 된 것은 아니다"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스타 작가와 대세 청춘 스타, 그리고 사전 제작 드라마 형식을 통해 야심차게 세상에 등장한 이 드라마의 실패는 드라마 관계자들과 현 대중 문화 소비자들에게 여러 생각을 안기고 있는 중이다. / nyc@osen.co.kr
[사진] '함부로 애틋하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