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언니’라고 봐 넘기기엔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앨범을 가지고 컴백한 그녀, 이제 막 숨 고르기를 끝낸 래퍼 타이미의 이야기다. 자신감에서 비롯된 스웨그는 대단했지만 여기에 순둥이의 미소, 섹시함까지 겸비한 그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마주한 타이미는 단단하지만 가녀린 몸매, 작고 입체적인 얼굴을 지닌 흔치 않은 착한 에너지와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 지난해 초 Mnet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이하 언프리티) 시즌1에 나왔을 당시, 래퍼 졸리브이와 대립각을 형성했을 때 풍기던 쎈 언니의 느낌은 없었다.
타이미는 래퍼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운 8월의 어느 날 OSEN과의 인터뷰에서 “보기와 달리 푼수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방송할 때는 화내고 싸우고 했었는데, 원래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라며 “졸리브이와 여전히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고,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고 방송 후 애틋한 사이가 됐음을 알렸다.
타이미는 지난 6월 발매한 ‘사랑은’ 이후 올 8월, 그러니까 1년 2개월 만에 새 앨범 ‘SYMBOL(심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번 앨범의 전곡을 작사하며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고하게 담았다. 무엇보다 일명 ‘때려 박는 래퍼’답게 랩을 가장 잘 들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랩을 할 때 가슴이 뻥 뚫릴 때가 많다. 앞서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번엔 센 이미지를 담아봤다. 전곡이 다 세다.(웃음) 곡마다 강조하는 주제도 다르고 랩 스타일도 모두 다르다. 저만 쓸 수 있는 센 표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추가적으로 저는 속도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들어갔다.”
시크한 카리스마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타이미. 그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이번 앨범이 세상에 나온 만큼 긴장도 많지만 기대도 크다고 했다. 타이틀 곡 ‘신데렐라’는 동화 속 주인공과는 달리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과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허상에 사로잡힌 여성들을 일갈한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이미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냈다.
“일단은 제가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웃음) 선의의 경쟁자도 없다. 짱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가사도 잘 나온다. 이번 앨범엔 멋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따끔한 충고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5번 트랙 ‘ㄴㄴㄷㄲㅈ’은 러브송인데, (연애에 있어서)속물적인 근성을 가진 남녀를 비꼬았다.”
타이미가 음악적 영감을 받을 때는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다. 느낌이 오면 한 곡의 가사를 이틀 안에 완성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줄을 쓰는데 4~5일이나 걸리기도 한다고. 독서를 통해 가사를 쓰는 작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미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최근 추세에 대해 “래퍼들이 발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힙합이란 음악이 사람들의 귀에 익숙해지면 가수들도 더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점점 사람들의 듣는 귀가 발전하기 때문에 실망감을 줄 수 없지 않나. 저도 곡을 쓸 때 잘 쓰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점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요즘에는 배우든 가수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인기를 끄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진짜 자신을 드러내고 반전 매력을 안겨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예능이 터닝 포인트가 되는 셈. 타이미도 예능 출연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음악 스타일에 타격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기회가 된다면 ‘진짜 사나이’와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가고 싶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출연한다면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력이 강한 편인데 팔 힘이 세서 팔굽혀펴기를 잘한다.(웃음) 갑자기 팔 힘이 세다고 하니 이상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군대에 가고 싶다. 또 가상 결혼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결’에서)잘생긴 분을 만나고 싶다.”
때려 박는 래퍼란 별명이 붙은 타이미는 남자 래퍼에 버금가는 카리스마와 선명한 래핑으로 칭송받고 있다.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그녀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을 것 같다.
“목표는 음원차트 1위를 하는 것인데 사실 100위권 안에 들지 못해도 괜찮다. 이 작업을 하는 것 자체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요즘엔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기타도 배우고 있고 그림도 배운다. 언젠간 제 이름을 내걸고 전시회도 열고 싶다. 나중에는 잔잔한 음악도 해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생각한 것들을 모두 이루겠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