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안고 시작한 연기였지만, 이제는 '배우'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나나, 류화영, 한승연이 그렇다.
나나와 류화영, 한승연은 지난 27일 나란히 종영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와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품에 안았다. 분명 시작은 걸그룹 멤버였고, 그래서 우려도 있었는데 이제는 연기하는 이들이 좋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애프터스쿨 멤버인 나나는 '굿와이프'에서 매력 넘치는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이 역할 역시 비밀을 감추고 있는 신비로움으로 많은 팬들을 양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원작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방송 후 나나를 향한 부정적인 반응은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김단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나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는 호평도 생겨났다. 김혜경(전도연 분)을 도와 각종 사건의 해결을 돕고, 그러면서도 앞에 나서지 않는 진중함과 카리스마는 '굿와이프'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여겨졌다.
이 같은 결과는 모두 나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도연을 비롯한 선배 연기자들의 살뜰한 조언이 있었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하는 나나의 연기 열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나나는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연습벌레로 유명한데, 이는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류화영과 한승연은 각각 티아라와 카라로 데뷔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류화영은 대중들 사이에서 떠들썩했던 '티아라 사건'의 주인공으로, 티아라 탈퇴 후 배우로 전향해 그간 드라마 '옥이네', '구여친클럽', '돌아와요 아저씨' 등과 영화 '오늘의 연애'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하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려한 외모를 부각한 다소 센 성격의 캐릭터만 연기했던 탓에 '청춘시대'의 강이나 역을 맡았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다.
강이나는 셰어 하우스의 메이트인 정예은(한승연 분)에게 노출증 환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걸 즐기고, 돈 많은 남자를 스폰서로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거짓말 때문에 셰어 하우스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정이 많은 강이나는 다시 메이트들 옆으로 돌아와 때로는 친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류화영은 이런 강이나를 제 옷 입은 듯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티아라 멤버가 아니라 연기 잘하는 신인 배우인 줄 알았다는감탄 섞인 호평이 쏟아졌다. 대사 처리부터 표정, 눈빛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강이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완성시키는 류화영 덕분에 '청춘시대'가 더욱 공감형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승연은 '청춘시대'에서 다소 얄밉지만 그래서 더 애처로웠던 정예은을 연기하며 카라 전 멤버라는 꼬리표를 떼내는데 성공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왔다 장보리', '여자 만화 구두' 등의 드라마에서 연기 경험을 쌓아온 한승연은 이번 '청춘시대'를 통해 조금 더 성숙해진 연기력을 뽐냈다.
정예은은 평범한 연애를 꿈꾸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늘 상처받곤 했는데, 한승연은 섬세한 감정이 돋보이는 표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물론 유은재(박혜수 분)의 잼을 아무 말도 없이 다 퍼먹고, 남의 옷을 마음대로 입고 나가고,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는 등 밉상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점점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보듬어 가는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을 당한 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공포에 힘겨워 하는 모습이나 순탄치 않은 사랑 앞에 눈물 흘리고 방황하는 모습 등은 흔들리는 이 시대의 청춘의 한 단면을 대변하고 있어 끝까지 깊은 여운을 안겼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