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갑순이’에서 배우 장용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평생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일해 온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퇴직 후 제2의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부터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을 하지 못한 자식들, 철없는 동생과 닦달하는 아내까지 여전히 짊어질 짐이 많았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에서 자식문제로 아내 인내심(고두심 분)과 싸우는 신중년(장용 분)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내심은 남편이 돈도 못 벌고 집에서 놀면서도 집안일도 제대로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년은 평생 소처럼 일하며 가족들을 위해 살았고, 집도 내 돈으로 장만했는데 퇴직 후 돈을 못 번다고 해서 무시해도 되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 신말년(이미영 분)은 오빠의 편을 들며 내심의 화를 돋우었다.
때마침 엄마의 된장찌개가 그리웠던 큰 아들 신세계(이완 분)가 집에 와있었는데, 부모님의 다툼을 보고 홧김에 소리를 치며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생채기를 냈다. 속으로는 내심 죄스러웠지만 아버지의 역정에 참을 수 없었던 것.
그런가 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작은 딸 신갑순(김소은 분)은 몇 년 째 백수였다. 그녀의 남자친구 갑돌(송재림 분)의 상황도 같았는데, 서로 놀기만 했지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큰 결심을 한 갑순은 절에 들어가 공부에 집중하려고 결심했는데, 원치 않는 임신으로 또 다시 공무원 시험에 실패할 위기에 놓였다.
장용의 먹먹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년퇴직이라는 현실에서 남는 것이라곤 가족들의 눈치만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보여줬다. 아버지들의 꿈이 무너진 곳에 젊은이들의 희망 또한 사라지면서 가정을 포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그린다.
‘우리 갑순이’의 가치는 시청자들이 충분히 인정할 것 같다. 작품 속 인물을 아버지, 어머니, 동생, 오빠로 설정해 놓고 그들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영남 작가와 부성철 PD가 만나 현실을 반영한 공감극을 잘 만들어내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우리 갑순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