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와이프’ 전도연. 그녀는 굿 액터이자 굿 맘이다. 작품을 끝낸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고, 후배 배우들의 칭찬에 광대를 터트리고, 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 미소를 마구 발산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솔직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탁탁 내놓은 배우가 있을까. 전도연과 나눈 대화는 드러낸 화면 속 기미도 감추려고 하지 않은 ‘진실됨’이 바탕에 있었다.
전도연은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극본 한상운, 연출 이정효)에서 평범한 아내에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직,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김혜경 역을 맡았다. 극중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과 연수원 동기이자 로펌의 대표로 재회한 서중원 (윤계상 분)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고, 여기에 로펌 조사원 김단(나나 분)과 묘한 케미스트리(조합)까지 형성했다. 가히 ‘멜로퀸’다운 기량을 뽐냈다.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파티오나인 마리홀에서 전도연을 만나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극본 한상운, 연출 이정효)와 관련한 비화를 들었다. 인터뷰 중에는 아직까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1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 까닭에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단계부터 종영하는 순간까지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초반 대본의 90%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이 그녀에게 쏠린 제작진의 믿음과 대중의 기대를 대변하는 듯했다. 작품은 마지막 회에서 6.232%(닐스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최고시청률을 찍으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전도연이 있었다.
‘역시 전도연’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작품을 떠나보낸 그녀는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칸의 여왕’이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고 반성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그럼에도 “저의 아주 큰 단점을 알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이건 겸손함의 표현이라기보다 진실된 표현이라 더욱 쉽지 않은 자세다.
다음은 전도연과 나눈 일문일답.
-마지막 촬영장에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는데, 종영소감을 부탁한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였다. 매일매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끝내놓고 나니까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즐거웠던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생각나더라.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없는 거라 많이 눈물을 흘렸다.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끝낸 것 같다.
-15년 만의 방송 출연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15년 전 ‘프라하의 연인’ 때도 집에 들어가서 씻고만 나와서 촬영했고 쪽대본도 받고 그랬던 것 같다. 그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이게 왜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00% 사전제작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 배우도 배우인데 스태프들은 어떻게 체력적으로 이겨낼지 걱정됐다. 욕심상 될 수 있으면 저로 인해 지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량이 90%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았는데 잠은 드라마 끝나고 얼마든지 잘 수 있으니까 피곤함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중해서 대사 외우고 현장에서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유지태가 전도연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는데, 화답을 하자면
▲일단 감사하다. 지태 씨 같은 경우는 연기할 때 긴장감을 한시도 놓칠 수 없고, 감정의 진폭이 굉장히 컸다. 태준으로서 느껴지는 감정에 되게 솔직했던 배우인 것 같다. 대본을 읽었을 때랑 막상 현장에서 연기했을 때 굉장히 달랐다. 그래서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지태 씨 덕분인 것 같다.
-윤계상은 전도연 라인에 들고 싶다며 ‘도라인’을 희망했다던데.
▲이렇게 후배들과 작품을 해도 동생 같이 느껴지고 이런 생각이 친근감이 들기가 힘든데 계상씨와는 그랬던 것 같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동생처럼 느껴지더라. 자기는 한 게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극중 중원이 혜경을 담아준 것처럼 현장에서 저를 담아준 것 같다. 사실 저도 감사하다. ‘도라인’은 처음 들어보는데 행복하다.
-시즌2를 한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나.
▲시즌2 하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감독님조차도 고개를 흔드셨다. 사실 전도연이 좋은 배우라고 말씀해주시지만 저 역시 단점이 많지 않나. 김서형 씨는 워낙 잘하고 심지어 나나도 발음이 너무 좋은 거다. 저의 아주 큰 단점을 알았다. 감정적인 대사는 잘하는데 정보전달과 사건에 대해서 말하면 그게 소화가 너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그런 대사는 나나를 주든가 저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웃음) 시즌2에서도 제 역할이 변호사라면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딸이 엄마를 닮아 예쁘고 ‘리틀 전도연’이라 불린다. 만약 엄마의 직업을 따라가겠다면 어떻게 하겠나.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되고 싶다는 게 많은 나이다. 정확히 엄마 직업을 잘 모른다. 배우라는 직업이 어떤 건지 정확한 인식은 없는 것 같다. (오래 생각한 후) 다른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말리고 싶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딸 예쁘다. 리틀 전도연은 아니고 이마와 코가 되게 닮았다. 아빠랑 저랑 잘 섞였는데 예쁜 것 같다. 내 딸이라서 그런 건가?(웃음)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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