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사이에는 '진짜 밀정'이 있었다?
영화 '밀정'으로 약 8년 만에 송강호와 다시 만난 김지운 감독이 영화 '밀정' 연출을 맡게 된 이유가 송강호와 자신의 사이에서 밀정 노릇을 제대로 한 제작사 대표 덕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지운 감독은 29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밀정'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내가 쓴 게 아니라 이지민 작가가 썼다. 나는 '인랑'과 할리우드 영화 두 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 영화는 중저예산 영화고 스케줄이 짧고 해서 (작품을 찍고 나서) '인랑'을 준비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인디 영화일수록 배우들의 스케줄이 중요하다. (미국 영화가) 우리가 리스트 올린 배우들의 스케줄이 늘어났고 지지부진하게 흘러서 (대신) 한국에서 짧은 영화 하나를 하자며 찾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장화, 홍련', '놈놈놈'을 같이 한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가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볼 생각이 있느냐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는 진중하고 기품이 있고 다소 묵직한 이야기였다. 다소 상업적이지는 않은 느낌이 있었는데 대중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각이 생기면 해보겠다고 하다가 기차 신처럼 장르적인 서스펜스를 넣을 수 있는 시퀀스를 만들어 넣으면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원작이 가진 묵직한 진중함 그런 기품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영화적 쾌감, 재미를 결합한 상태로 나왔다. 그게 현재의 '밀정'이 된 것"이라고 영화가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송강호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김지운 감독은 "사실은 최재원 대표가 송강호와 나 사이에서 밀정짓을 좀 했다. 송강호한테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내가 (함께)하고 싶어한다고 표현하고, 나한테는 송강호가 '밀정'을 하고 싶어한다고 표현했다"며 "대표가 '밀정짓'을 했다.(웃음)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박차를 가하게 됐다. 송강호가 한다니까 투자가 되고, 그러면서 막 가속이 붙었다. 모든 건 최재원 대표 덕"이라고 말했다.
사실 송강호의 캐스팅은 김지운 감독으로서는 기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당시 의열단 구성원들이 청년이었기 때문에 캐스팅 면에서 이리저리 생각이 많았다. 그는 "처음에는 송강호를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의열단들은 청년이었다. 김원봉 선생도 의열단을 창설했을 때 스물 다섯살이었다. 누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특히 이정출(송강호 배역)은 좀, 이 인물이 캐릭터 말고도 어떤 시대의 공기를 표현할 줄 아느 배우여야 하는데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최재원 대표가) 송강호가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그럼 잘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시대적 한계 속 서로를 속고 속이는 독립군, 밀정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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