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고 보는 이준기다. 여기에 걱정을 했던 이지은(아이유)까지 역할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주며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듯 연기하는 두 사람, 이렇게 인생 캐릭터가 추가됐다.
이준기와 이지은은 지난 29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달의 연인')에서 각각 고려의 4황자 왕소와 현대에서 고려로 넘어와 해수로 살게 되는 하진을 연기하고 있다.
왕소는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 분)의 외면으로 인해 후궁인 신주 강씨 가문에 양아들을 빙자한 볼모로 쫓겨나다시피 가게 되면서부터 까칠한 성격을 소유하게 됐다. '개늑대'라는 별명까지 가지게 된 그는 황자들 사이에 끼지도 못할 뿐더러 하진과는 시도때도 없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준기는 아픈 과거를 가진 왕소의 감정을 표정과 눈빛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사가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장할 때마다 남다른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시선을 압도했다. 특히 2회 마지막에 그가 왕욱(강하늘 분)을 향해 내뱉은 "싫은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준기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출연하는 사극마다 독보적인 연기력을 뽐내며 호평과 흥행을 이끌어낸 '사극 끝판왕'이다. 이 작품을 위해 무려 15kg이나 체중을 감량하고 대사톤도 바꾸며 연기 변신에 나선 이준기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그의 연기 역시 믿고 볼만 했다.
해수로 새로운 삶을 살게되는 하진을 연기한 이지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이 드라마 자체가 하진이 고려로 타임슬립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지은의 연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이지은은 첫 방송부터 우려를 단번에 날려보내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사실 이지은은 '드림하이', '최고다 이순신', '예쁜남자', '프로듀사'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리고 이번 '달의 연인' 역시 연출자인 김규태 PD에게 "연기 천재"라는 평가를 얻을만큼 놀라운 연기 성장을 보여줬다. 처음엔 말썽만 일으키지만 점차 고려에 적응하며 고뇌하고, 사랑 속에 아파할 이지은이 앞으로 얼마나 극을 아우를 수 있을지 궁금해질 정도다. /parkjy@osen.co.kr
[사진] '달의 연인' 제공